기재부가 속이고자 하는 데는 여러 목적이 있다. 어떤 노림수가 숨어 있기도 하고,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변명일 때도 있다. 또 무엇을 감추거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거짓이 영원히 감춰지진 않는다.
담뱃세 인상과 이에 따른 과소 세수 추계가 대표적 사례다. 재작년 담배 20개비당 594원의 세율로 담배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려 할 때 증세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적이 있다. 정부는 아니라고 했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했다. 기재부는 2015년 1년간 추가세수는 1조6000억 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1조7000억 원이 걷혔다. 1000억 원이 초과 징수된 것으로, 예측한 만큼의 흡연율 감소는 없었던 게 드러났다. 물론 개소세 중 상당 금액을 국민 건강증진에 쓰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처음부터 ‘증세’ 목적이었던 거다. 정말로 뻔뻔하다.
얼마 전 있었던 재정수지 발표도 국민 기만극이었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최근 10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그것이 추경 등 적극적인 재정 운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지출은 추경 대비 오히려 12조7000억 원, 본예산보다도 3조4000억 원 적게 지출됐다. 재정수지 악화는 총지출 증가세보다 총수입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마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량으로 돈을 풀어 적자를 본 것처럼 포장했다.
뿐만 아니다. 기재부는 지난 5월 정부 출자기관의 평균배당성향이 30.3%로 올해 목표인 28%를 초과 달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슬쩍 계산법을 바꿔 퍼센트(%)를 높였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관별 가중평균으로 계산했던 산정 방식을 올해부터 단순평균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원래 계산대로 하면 올해 평균배당성향은 30.3%가 아닌 21.7%다. 목표 초과달성은커녕 근접도 못 한 결과다.
한편으론 목표 달성을 위해 버둥대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가벼이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과거와 오늘을 비교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법이다. 자신들의 성과를 위해 축적된 자료를 쓰레기로 만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한 번도 맞힌 적 없는 기재부의 경제성장률이나 세수 전망치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기상청을 ‘구라청’이라고 부른다. 하루, 아니 반나절 앞 날씨조차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는 탓에 붙은 별칭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믿지 못해 실시간으로 날씨를 확인하는 습관까지 생겼다.
기재부도 이 같은 행태가 계속된다면 구라청과 같은 별칭이 생길지도 모른다. 기재부가 이제 솔직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