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전문딜러(PD)들의 점수 따기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내거래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시장 왜곡을 불러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12일 오전 11시5분 현재 한국거래소와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3년 지표물 16-2 종목에 대한 장내 거래 규모가 39조9040억원을 기록했다. 16-2 종목의 상장액이 8조998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날 기획재정부도 PD들의 과도한 허수 거래를 감지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국 경고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A 시장 참여자는 “PD들의 16-2 돌리기가 3000억원씩 이뤄지며 벌써 39조원이 거래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라면 오늘 장외거래 비중은 1% 나올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상장물량이 9조원정도 수준이다 보니 장외거래가 약하다. 바스켓물도 아니어서 국채선물과의 연동도 자유로운 면이 있다. PD가 주로 프랍도 하는데 장중 변동성이 극히 저조하다보니 동 가격대 PD점수에 집중하는 시스템이 돼버렸다”며 “상대평가인데다 점수가 10년 이상 장기물만 차별화돼 10년물 100억 하느니 3년물 200억이 훨씬 쉬운 구조다. 장내거래 수수료 부과 이후 3년물이 이에 자유로운 PD들만의 종목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B 시장 참여자도 “16-2 뿐만 아니라 비조성물량 중 잔존 1년 국고채원금 6-5 종목도 이상거래를 보이고 있다”며 “거래량 왜곡이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에 정확한 정보제공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PD들만 비판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C 시장 참여자는 “PD들이 의무사항이라는 거래가 촉발된 것 맞다. 다만 호가갭이 없는데다 시장참여자도 다수여서 통정매매로 분류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D 시장 참여자도 “실적 쌓기라 PD 잘못은 아니다.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제도의 문제다. 제도를 정비해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거래량 자체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저금리 지속과 변동성이 거의 없는 여러 시장상황과 PD평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시장상황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가 지속된다면 내년도 국고채 발행계획 발표 시 제도개편 방안에 포함하거나 이보다 앞서 조기에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