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8월)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인하 기대감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이, 대내적으로도 기업 구조조정 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를 비롯한 시장 전문가들은 올 경제성장률이 기껏해야 2%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전망치 2.7%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조정도 한은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다. 우선 급격한 원화강세(원ㆍ달러 하락)로 이를 저지할 명분이 생겼다. 반면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는 한층 낮췄다. 글로벌 펀드 자금의 경우 철저히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만큼 등급 상향에 따라 추가 자금유입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추가 완화정책 내놓고 있는 점 또한 한은이 추가 인하에 나서는 데 부담을 덜어주는 재료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이에 따른 거시건전성 문제가 추가 인하의 발목을 잡는 유일한 복병이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의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을 보면 이에 대한 우려도 한층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22개월 만에 통방서 빠진 ‘자본유출입 동향’, 중요도 낮아졌다는 이 총재 = 한은 통화정책방향(통방) 종합판단 부문에서 7월부터 2개월째 ‘자본 유출입 동향’ 문구가 빠졌다. 2014년 10월 이 같은 문구가 삽입된 이래 22개월 만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며 통화정책 기조를 변화하기 시작한 이래 지속된 우려가 사라진 셈이다.
이 총재도 이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자본유출입 문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항상 고려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라면서도 “국제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중략) 자본유출입에 대한 우려 정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과 이에 따른 자본 유입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대내외 금리 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며 금리인하에 주저했던 한은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외 금리 차 100bp(1bp=0.01%포인트) 이내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우려스럽다”고까지 언급한 바 있다.
◆가계부채 우려나 긴장감은 떨어져 =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금통위로서도 부담스런 존재다. 실제 이 총재는 이달(8월) 금리동결 이유로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안정 면에서의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 당국으로서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놨다. 요지는 대출심사를 좀 더 엄격히 까다롭게 하자는 것인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조치는 시행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그 효과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필요시에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더 강구해야 할지는 앞으로 정부당국과 협의를 하다 보면 거기서 자연히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가계부채를 당장의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