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생활용품 업체 헨켈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가 마이너스 금리의 유로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헨켈은 이날 5억 유로어치의 2년 만기 회사채를, 사노피는 10억 유로어치의 3년 6개월 만기 회사채를 각각 마이너스(-)0.05%의 금리에 발행했다. 사실상 상장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유로화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다. 앞서 독일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체반이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에 유로화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비금융기업이 마이너스 금리에 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이를 매수하는 가격이 만기 시 상환액을 웃도는 것을 의미한다. 즉 채권을 살때 만기 상환금에 웃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통시장에서 해당 채권을 팔아 차익을 챙기지 않으면 만기 때 손실을 보는 구조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시중은행 예금이나 국채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다는 이유로 이같은 리스크에도 마이너스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현재 2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이미 -0.67%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FT는 이번 헨켈과 사노피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 발행은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낮추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이 금융시장의 기존 관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CB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마이너스 예치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즉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돈에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다. 현재 ECB의 예치금리는 -0.04%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양적완화 수단으로 채권을 매입, 이로 인해 채권 수요가 많아지자 채권 금리는 낮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저금리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에 채권을 발행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