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잊힐 권리’ 보장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구글에 잊힐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일본과 미국에서도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국가정보위원회(CNIL)는 올해 3월 미국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 대해 잊힐 권리를 충분히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만 유로(약 1억3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프랑스 내 검색엔진의 정보만 삭제하고 다른 나라 도메인에 남아 있는 정보는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CNIL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완벽하게 사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익스플로러 검색엔진으로 나타나는 모든 결과를 삭제해야 한다”며 “구글은 충분한 권리보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벌금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구글은 여전히 ‘알 권리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 잊힐 권리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한 남성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한 남성의 사법처리 기사를 구글 검색에서 삭제해 달라는 신청을 잊힐 권리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인터넷 검색 결과 삭제를 인정한 사법 판단은 2014년 10월 도쿄 지방법원 등에서도 내려진 적이 있지만, 잊힐 권리를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남성은 3년 전 아동 매춘·포르노 금지법 위반으로 벌금 50만 엔(약 55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구글에 남성의 이름과 주소를 검색하면 3년 전 체포 기사가 나타났다. 남성은 자신의 기사를 구글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고 사이타마 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구글에 사회복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삭제를 명령했다.
당시 재판장은 “체포 사실이 보도되어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라도 사생활은 존중돼야 한다”면서 “3년 전의 체포 이력이 검색되는 것은 생활에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특히 현대사회에선 인터넷에 정보가 공유되는 것은 피해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약 35만여 건의 링크삭제 요청을 받았다. 이 중 잊힐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42%의 글과 사진을 삭제했다. 미국에서도 영리단체들이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온라인 프라이버시 규정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을 내는 등, 잊힐 권리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