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며 침체 상태에 있던 건설사 회사채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이 오랜만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성공하면서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신용등급 ‘A+’의 대림산업은 3년물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3740억 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가 들어오면서 대림산업은 2배 수준으로 발행규모를 늘렸다. 수요예측에 앞서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당초 1000억 발행을 예정했다가 수요예측결과가 좋아서 2000억 발행으로 증액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이를 통해 확보한 금액을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등에 지급어음 결제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운영비 명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의 회사채 발행 성공이 올 들어 두드러진 실적 개선 효과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올 들어 한 차례씩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삼성물산(AA+등급)과 현대건설(AA-등급)도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오는 10월17일 25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고, 현대건설은 10월11일 1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들 건설사는 앞서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연초만 해도 차환이 아닌 현금상환을 우선했지만, 최근 시장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며 회사채 추가발행을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회사채 추가발행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면서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어 현금상환을 할지 회사채 발행으로 차환할지는 이르면 이번 주말 또는 다음주 중 결정될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의 전반적인 회사채 시장이 호조세로 전환된다고 보기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달 30일 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 SK건설의 경우 신용등급이 A등급이지만 아직 차환발행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에 현금으로 상환한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주택시장의 호조로 건설사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건설사들의 부실은 하반기에 터지는 경우가 많고 주택시장의 호조세도 하향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 전반적인 인식개선이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