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픽셀폰’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정조준했다.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지배하고 있는 구글이 하드웨어 부문에도 뛰어들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조짐이다.
구글은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이벤트에서 화면크기가 5인치인 ‘픽셀’과 5.5인치 ‘픽셀XL’ 등 안드로이드폰 2종을 공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픽셀폰은 구글의 인공지능(AI)과 기타 서비스를 선보이는 쇼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새 스마트폰에는 구글 최신 안드로이드 7.1 ‘누가’가 세계 최초로 탑재됐으며 애플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와 비슷한 AI 음성인식 비서 기능이 내장됐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가 내놓은 기기들은 구글의 새 AI 기반 비서를 태운 차량이 될 것”이라며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 전환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노골적으로 아이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픽셀폰은 최신 아이폰7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이어폰잭 단자를 포함해 차별화했다. 가격은 5인치 32기가바이트(GB) 모델이 649달러(약 72만 원), 5.5인치의 XL은 메모리 용량에 따라 769~869달러에 책정됐다. 이는 아이폰7, 아이폰7 플러스와 비슷한 가격대다. 구글은 이전에도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 참고가 되는 레퍼런스폰 용도로 넥서스를 내놓았지만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폰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픽셀은 이날부터 예약 주문이 시작됐으며 매장 판매는 이달 20일부터다.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에서는 이달 안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으며 인도는 다음달에나 가능하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파트너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이들 파트너로부터 얻은 비밀정보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릭 오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총책임자는 “우리도 안드로이드 부서에는 고객처럼 취급될 것”이라며 “삼성과 LG, 화웨이는 구글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는 고객의 비밀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날 스마트 스피커인 구글홈과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 뷰’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