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비리로 공공기관 입찰제한 조치를 받은 현대중공업이 3600억 원 규모의 공공사업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한국전력 입찰에 참가, 219회에 걸쳐 총 3656억 원에 달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문제는 이 기간이 현대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 원전의 비상용 디젤발전기와 대체교류 발전기 납품과 관련한 청탁 사건으로 2년 동안 입찰 제한(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받은 시기라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23일 입찰 제한을 받은 직후, 곧바로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이후 2년간 총 222회 한전 입찰에 참가해 219회를 낙찰받았다.
더욱이 공공 입찰제한 조치를 받은 기업들의 한전 상대 소송에서 한전의 승소율은 평균 85.1%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은 입찰 참여를 위한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이 승소할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입찰참여를 강행하는 것은 이미 입찰이 이뤄진 사업에 대해서는 취소 등 제재를 가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력사업인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전기전자시스템 부문의 실적 확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공사업 입찰참가자격제한을 규정한 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을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 부문은 국내 전력계통 신설과 보강사업 등에 따라 전력기기 수요가 증가로 수주액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 부문의 국내 법인 영업이익은 2014년 1099억 원에서 지난해 1626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는 898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