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필요한 주택보증이 개인단위로 이뤄지면서 2개의 보증사에서 중복으로 보증을 받는 건수가 5만6000건, 금액으로 8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개인별 보증을 가구별 보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인 무소속 김종훈 의원이 13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공사가 동일인에 대해 중복보증을 해준 건수는 각각 1만6409건과 4만169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기관을 합하면 중복보증 건수는 5만6578건, 금액으로는 8조6045억 원에 달한다.
중복보증 건수별로 살펴보면 2건 중복이 4만9884건(7조6543억 원), 3건 중복이 4668건(7266억 원)이었으며, 4건 이상 중복보증을 받은 경우도 2026건(2236억 원)이나 됐다.
김 의원은 “동일인이 2건 이상의 중복 보증을 받는다는 것은 그것이 투기 목적에 이용되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이는 결국 공공적인 목적을 갖는 보증공사가 투기를 지원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통계는 두 기관이 별도로 작성한 통계로서, 동일인이 두 기관을 넘나들면서 이용한 보증 건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따라서 두 기관을 묶어서 조사하면 중복보증 실태는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는 8·25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 명이 두 기관을 합쳐 주택자금 보증을 2건 이상 받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 단위 규제로는 중복규제를 막는 데 한계가 따른다. 이를테면 본인 명의로 보증을 받고, 그 외에 배우자 이름이나 자녀 이름을 동원해 또 다른 보증을 받을 수 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중복보증을 개인단위가 아니라 가구 단위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동일 가구가 배우자 이름으로, 자녀 이름으로 중복보증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 보증의 고신용자 쏠림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2015년 전세자금 보증 건수는 총 156만7663건으로 이 중 88%인 138만75건이 신용등급 1∼6등급에 집중됐다. 실제 보증지원이 절실한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보증 건수는 18만7588건으로 전체 보증 건수의 1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