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전후로 한국을 찾은 수많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로 서울 시민들이 몸살을 겪었다. 이들의 큰 씀씀이로 각종 산업계가 특수를 누렸지만 서울시 곳곳의 주민들은 일상 생활에 피해와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뚜렷한 대책이 없어 유커들로 인한 불편함은 앞으로도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 80% 가량이 서울을 찾는 가운데 특히 유커들이 찾는 단골 명소는 동대문과 면동,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홍대, 코엑스몰, 광장시장, 남산 등이다.
제일기획의 자회사 펑타이가 국경절 연휴 전후인 9월 초부터 지난 7일까지 중국인 관광객용 ‘한국지하철’ 앱의 데이터 80만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회수가 가장 많았던 장소는 홍대였다. 이어 남산의 N서울타워와 북촌의 한옥마을, 명동 등 순이었다. 종로의 이화동 벽화마을(5위)과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19위) 등도 인기있는 장소로 꼽혔다.
문제는 명소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겪는 피해다. 이들이 1순위로 꼽는 고충은 소음과 흡연, 방뇨, 무단침입, 주차 등이다. 이미 관광지가 밀집한 자치구에는 주민들의 생활 민원 접수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는 유커들로 인한 민원이 20여건에 달한다. 한 주민은 “20여년동안 이곳에 거주해왔는데 몇년전부터 유커들로 인해 시끄럽고 심지어는 막무가내로 집에 들어와 구경하는 등 스트레스가 심해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유커들로 인한 주차 대란은 서울 시민 모두가 겪는 고충이기도 하다. 특히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 문제가 대표적인데, 외국인을 태운 버스들이 주택가에 주차해 주민 불편이 큰 상황이다.
유커로 인한 주민들의 일상생활 피해가 커지자 서울시는 다양한 대책을 고심중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관광진흥조례’를 일부 개정해 공포했다. 이 조례에는 관광지가 있는 주택가 거주민들이 피해를 볼 경우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겨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객들로 인한 주민 생활 피해 방지를 위해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며 “실태 조사가 끝난 이후에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을 지정해 최우선적으로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자치구와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북촌 등 관광객들이 밀집한 곳의 자치구와 협력해 홍보물 및 현수막 등을 설치했으며, 단체 광관객 가이드에게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달 20~21일 세계 관광기구와 협력해서 서울공정관광 국제 포럼을 개최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들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 등에 대해 살펴봤고,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