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라운드2 ⑯현대중공업] ‘포스트 정몽준’ 결정됐지만… 지분 10% 상속세 어떻게

입력 2016-10-17 10:25 수정 2016-11-0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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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맞물려 ‘승계설’ 솔솔…원샷법 시행 지주사 전환 적기

현대중공업그룹은 재계에서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2년 대통령 선거 출마로 고문직에서 물러나고 나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13년 장남인 정기선 전무가 회사로 복귀하면서 모범 사례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회사 복귀 후 이뤄진 초고속 승진과 주식 취득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재계는 ‘포스트 정몽준’이 정 전무로 결정된 것과 진배없지만 그룹 지배권을 넘기는 데는 오너가의 고민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이사장의 취약한 지분율 때문이다. 이에 지주회사 전환이나 재단을 활용한 경영 승계론이 대두하고 있다.

◇주력 조선에 금융·정유로 다각화 =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건조를 주력 사업으로 정유, 발전 및 화공 플랜트 건설, 전기전자(변압기, 차단기, 회전기 제조 등), 건설장비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6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 중 국내 12위의 대규모 기업 집단으로 계열회사 수 26개에 총자산 58조1950억 원, 매출액 49조4000억 원 수준이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현대중공업그룹은 2002년에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을 합병하면서 조선 중심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후 2008년 하이투자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의 인수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다만 2015년 현대종합상사 및 현대자원개발 지분을 현대씨앤에프에 매각해 양사의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비핵심 사업의 매각이 이뤄지고 있으나 매물 가치가 떨어져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 지배구조 핵심 ‘순환출자’ =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5월 주채권은행에 구조조정, 사업부 재편,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2018년까지 3조5000억 원 규모의 경영개선 계획을 채권단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중 일부 제품사업의 분사 후 지분매각과 계열사 재편 등 사업조정을 통해 1조1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포함됐다.

이와 맞물려 재계에서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이 지배구조 개편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로 26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아산복지재단(2.53%)과 아산나눔재단(0.65%)을 합쳐도 13.33%에 그친다. 정 이사장이 경영은 관여치 않지만 향후 정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늘리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정 이사장이 낮은 지분으로도 그룹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순환출자 구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는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 94.9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갖고 있다. 또 현대미포조선은 다시 현대중공업 지분 7.96%를 보유 중이다. 공정거래법상 지금의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되지 않으면 문제의 소지가 없지만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장기적으로는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or 재단, 선택은? = 현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막대한 상속세 또는 증여세다. 이에 현대중공업 오너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승계 방안으로는 크게 지주회사 전환과 재단을 활용하는 것 두 가지로 좁혀진다.

올해 초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이에 대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순환출자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원샷법은 지주회사 규제 해소 유예기간을 연기해 주는 등 한시적으로 특례를 적용해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자구계획안과 맞물려 지주회사 시나리오가 나왔다.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해 현대중공업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현대중공업 주주로 올라 있는 복지재단 등에 증여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법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은 내국법인이 출연한 의결권 주식 5%까지 상속증여세 혜택을 받는다. 성실공익재단은 제한이 10%까지다. 아산나눔재단은 지분율이 1% 미만이고 아산사회복지재단도 2% 중반에 불과하다. 재단이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는 지분까지 여유가 있다. 다만 재단을 활용한 방법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당 등 정치권에서는 공적재단을 활용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살을 깎는 구조조정 중인데 오너의 경영승계를 위한 사업조정 및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노조 등은 자구계획안에 포함된 분사 계획에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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