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네트웍스, 중국 시장을 노린다

입력 2007-09-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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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인 SK 네트웍스가 진출해있는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정보통신과 무역, 석유제품, 수입차와 정비사업, 패션 분야 그리고 편의점과 커피 테이크아웃 전문점까지 다채로운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그런데 올 중순 기존 수입차 사업 외에 병행 수입업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이 들썩 거렸다. 개인 사업자 위주의 병행 수입차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 SK 네트웍스의 경우 주유소와 스피드메이트를 기반으로 자동차 사업에 연계된 사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수입차 업체들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SK 네트웍스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흔들어놓을 수 있을까?

▲병행 수입차 시장 규모는 7000대 정도

국내 병행 수입차 시장 규모는 정확한 통계를 내기 힘들다. 다만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한국수입차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수입차 등록대수는 4만530대. 반면 건설교통부에서 집계된 신규 등록 수입차는 4만7648대다. 7100대 정도의 차이를 병행 수입차 규모로 추정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고 수입차를 등록하는 경우와 이삿짐 같은 개별 수입차도 포함되므로 정확한 규모는 아니다.

병행 수입업자들은 마진이 많이 남는 대형차, 그 중에서도 인기 차종인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를 주로 미국에서 들여온다. 소형차는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데다 벤츠와 BMW의 경우 독일 본사보다 오히려 가격이 싸기 때문.

미국에서 팔리는 BMW 750i의 메이커 권장 기본 가격(MSRP)은 7만5800달러. 여기에 어댑티브 라이드 컨트롤과 19인치 휠 3200달러, 탁송료 775달러를 합치면 7만9775달러가 된다. 세금과 인증비용, 운송료 등을 포함하더라도 국내 판매가격인 1억715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공식 수입차에 있는 한글 내비게이션과 소모성 부품 제공 등의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월드 워런티가 적용되는 2년간은 고장에 따른 수리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벤츠 S클래스는 미국 시장용 S550의 기본 가격이 8만6525달러다. 여기에 한국 시장에서 선호하는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하면 최종 가격은 10만 달러가 조금 넘는다. 역시 공식 수입사의 S500(S550과 엔진은 같다) 판매가격(2억660만원)보다 훨씬 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레이 임포터에서 차를 살 때 좋은 점은 자신이 원하는 옵션을 달 수 있다는 것. 공식 수입사는 운송기간과 비용 문제로 선호하는 옵션을 적용한 모델을 선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레이 임포터도 규모나 물량이 커질 경우 그럴 가능성도 있으나, 대체로 옵션 선택에서는 공식 수입사보다 자유롭다. 미국에서 팔리는 S클래스의 경우 20달러짜리 아이팟 거치대조차도 옵션 리스트에 들어가 있을 정도. 소비자의 선택 권리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고급차 시장을 잡아라

SK 네트웍스의 경우 현재 S-모빌리언 사업부 산하에 크라이슬러, 짚, 닷지, 푸조,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인피니티 등 8개의 브랜드가 공식 수입차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벤츠와 BMW가 인기 있는 브랜드이기는 대박을 안겨줄 만큼 수익 창출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병행 수입업이 SK 네트웍스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게 SK 네트웍스 관계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병행 수입업에 뛰어들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알려진 대로 SK 네트웍스는 정보통신 분야와 주유소, 스피드메이트 등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중국 세관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중국의 자동차 수입대수는 약 20만대로 2005년 같은 기간보다 약 41%가 증가했다. 그 중 배기량 1.5~2.5ℓ급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지만 3ℓ 이상의 대형차는 전년 대비 92%나 증가해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SK 네트웍스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주유소를 심양에 선보인 데 이어, 이를 동북 3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스피드메이트도 중국 최고의 종합 정비 업체를 꿈꾸며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개설되어 있다.

이들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수입차 사업 분야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인기 높은 벤츠와 BMW의 정비 노하우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중국 시장 진출을 했을 때 국내에서의 병행 수입업 진출 경험은 큰 득이 된다는 결론이다.

이러나저러나 국내 소비자들에게 SK 네트웍스의 병행 수입차 업계 진출은 반가운 소식이다. 가격 인하를 주도해 전체 수입차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한국수입차협회(KAIDA) 윤대성 전무는 “자동차 선진국을 보면 병행 수입업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SK 네트웍스가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를 들여올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시기와 방법이 남았을 뿐이다. 이에 대한 기존 수입차 업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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