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현대자동차를 어닝쇼크로 몰아넣은 건 ‘추투(秋鬪)’였다. 생산설비 유지에 따른 고정비용 상승에, 장기 파업으로 국내공장 가동률이 급감하자 실적은 수직 하락했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부담을 더했다. 내다 팔 차는 없는데, 돈 쓸 일만 생긴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서 생산ㆍ납품하는 핵심부품이 조달 차질을 빚으면서 해외공장 가동은 ‘빨간불’이 켜졌고, 러시아ㆍ브라질ㆍ중동 등 신흥시장 경기침체로 현지 통화가치도 하락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501만 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지만, 3분기 누적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든 347만7911대에 그쳤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러시아ㆍ브라질ㆍ중동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경기 둔화가 지속된 데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영업이익이 30% 급감했다”며 “올해 판매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4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의 자동차 구매세 인하 혜택은 올해 말로 종료된다. 리콜 충당금과 중국 딜러 보상금 등 일회성 비용도 실적 추정치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현대차는 4분기 실적 난관을 신차 효과로 헤쳐나가겠다는 각오다. 반전 카드는 ‘신형 그랜저’다. 5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옷을 갈아입은 ‘신형 그랜저’는 다음 달 15일 출시된다. 애초 12월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대차는 내수 회복을 위해 출고 시기를 한 달 앞당겼다. 최근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부사장은 “신형 그랜저를 통해 내수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특근 실시로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4분기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은 창저우공장에서 생산되는 ‘위에나(신형 베르나)’로 공략할 계획이다. 구매세 인하 정책의 연장 여부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도 완성했다. 또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제네시스’가 히든카드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 늘어난 1조6430억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1.7%, 11.7% 늘어난 25조1815억 원, 1조7087억 원으로 예상된다.
최 부사장은 “생산성 향상과 전사적인 비용 절감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고 SUV 및 제네시스 모델의 공급을 늘려 상품 믹스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형님의 부진에 아우 또한 울상을 짓고 있다.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5% 줄어든 5248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조6988억 원으로 3.1% 감소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원화 강세에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국내 공장의 고정비 부담이 늘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