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담화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본인이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라고 했는데, 백 번 양보해서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친구 아버지 사업체인 KD코퍼레이션을 현대 측에 부탁한 것도 공익 때문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뿐만 아니라 차은택에게 KT의 광고를 몰아주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인데, 이것도 공적 사업이라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이번 담화 역시 첫 번째나 두 번째 했던 담화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임기 단축’에 관한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 혹은 하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임기 단축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거취와 개헌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의 거취를 국회에 넘긴 것은 지금의 정치 상황상 여야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든, 아니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협상을 하든 어떤 경우도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고 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주 혹은 다음 주에 예정돼 있는 탄핵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여부를 국회에 맡김으로써, 발의가 예정돼 있는 이른바 ‘탄핵 연대’ 진영을 흐트러뜨리려는 고도의 전략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새누리당 친박들과 정진석 원내대표는 탄핵 발의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비박 중 일부가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면 탄핵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 탄핵을 추진하는 야당만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지금 상황에서 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먼저, 더 이상 탄핵 연대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이번 주에 탄핵을 발의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시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조사를 지켜보면서 여론이 성숙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즉, 국정조사 청문회는 TV를 통해 생중계되는데, 이렇게 되면 대통령에 대해 분노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비박들도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생각해 탄핵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야당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40여 일간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책임은 이제부터 대통령에서 국회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즉 3차 대국민 담화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정의 공백과 파행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었지만, 담화 이후부터는 국회가 국정 공백의 주범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는 상당한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진정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며 밤을 지새운 것이 사실이라면 본인이 먼저 퇴진을 선언하고 그 이후의 정치 일정을 국회에 맡겼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끝까지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이제 국민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