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애플의 제품통합 부문 스티브 케너 이사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대표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애플은 머신러닝과 자율주행차 분야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운송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자동화 시스템의 잠재력에 흥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서신은 지난달 22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톰 노이마이어 애플 대변인은 전날 “애플이 머신러닝과 자율주행차 시스템에 크게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NHTSA에 의견을 제시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운송의 미래를 포함해 이런 기술은 많은 응용 가능성이 있어서 우리는 NHTSA와 협력해 업계 최고의 모범사례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서신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촉진하고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에 나온 것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미 자율주행차가 200만 마일 이상의 공공도로 테스트를 수행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크루즈오토매이션을 인수해 자율주행차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케너 이사는 서신에서 “우리는 규제당국이 새 안전규칙을 채택하고 규정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신속히 움직일 것을 요청한다”며 “규제 유연성을 개선해 더 많은 혁신을 육성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수년간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애플이 타이탄을 철저하게 비밀로 지키면서 이 프로젝트가 정확히 어디로 향하는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다. 지난 7월 스티브 잡스 시대 하드웨어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밥 맨스필드가 타이탄 리더로 합류했다. 이후 수백 명이 회사를 떠나 애플이 자체적인 자율주행차 생산을 포기하고 기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WSJ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는 전략은 애플이 역사적으로 갖춰왔던 전문 기술에 부합하며 컴퓨터가 미리 프로그램돼 있지 않더라도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머신러닝에 애플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과도 들어맞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