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혼자 밥 먹으면 레벨1, 학생식당은 레벨2,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 먹기는 레벨3, 맛집에서 밥 먹기는 레벨6, 고깃집·횟집은 레벨8,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레벨9…. 인터넷상에서 회자하는 혼밥(혼자 밥 먹기) 등급표다. 혼밥에 더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야만 할 것 같은 영화관도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혼족이 늘어나 이들을 잡으려고 상영관을 고치는 극장들도 생겼다. 1인 가구가 대한민국 가구 표준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되면서 유통업계도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며 혼족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다. 1990년만 해도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9.0%에 불과했으나 2010년 23.9%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27.2%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애초 2020년 이후에나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 가운데 1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을 수년이나 앞당겼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청년층은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 등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 중년은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골드 미스터·미스’ 등이 많아졌다. 고령층은 평균수명이 늘면서 이혼과 사별 등으로 홀로 사는 노인이 급증했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왕성한 구매력이다.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soloeconomy)’, ‘1코노미(1conomy)’의 등장이다. 이들은 자신의 취미나 건강, 외모, 자기계발 등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의 20대 후반부터 40대 전반의 전국 500가구(1인 가구와 3~4인 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인 가구가 32.9%로 나타났다. 3~4인 가구의 17.2%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은 80만5000원으로 3~4인 가구의 73만5000원보다 많았다. 가처분소득은 소득 중에서 소비와 저축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이다.
1인 가구가 증가세에 있고 지출을 아끼지 않는 특성 탓에 소비 지출 규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 원에서 2020년 12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30년엔 194조 원에 달해 4인 가구 지출 규모인 17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민간 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파워 컨슈머로 급성장 중인 1인 가구의 소비 키워드는 ‘솔로(S·O·L·O)’다. 자신(Self)을 위하고 온라인(Online)에서 가격이 저렴(Low-Price)한 상품을 찾아 적은 양을 편리하게(One-stop) 소비한다. 유통업계 역시 이러한 성향에 맞춰 가정 간편식 등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