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人사이트] “‘선택과 집중’도 버릴 카드가 있어야 성공”

입력 2016-12-05 11:00 수정 2016-12-0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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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4번의 실패를 겪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회사를 성공 반열에 올려놓았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4번의 실패를 겪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회사를 성공 반열에 올려놓았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벤처 1.5세대. 그가 자신을 부르는 수식어다. IT버블이 시작됐을 때부터 IMF, 리먼금융사태 등 여러 가지 변수에 4전 5기의 위기를 겪었지만 회사를 꿋꿋하게 일으켜 세워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고 후배 육성에 힘쓰는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을 경기도 판교에 있는 본사에서 만나봤다.

◇남민우 회장의 ‘4전5기’ 경영 = 남 회장은 성공의 노하우에 대해 “그냥 부딪치고 깨지며 전진했다”고 말한다. 남 회장은 벤처버블이 일던 당시 주역 중 여전히 현업을 계속하고 있는 ‘선배 벤처인’이다. 1998년 소형 라우터의 국산화 개발을 시작으로 전화선을 이용한 ADSL부터 광섬유로 통신하는 FTTH까지 국내 환경에서 인터넷 장비의 국산화와 상용화를 선도했다.

다산네트웍스는 인터넷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하며 2000년 코스닥 상장을 이뤄냈다. 남 회장은 “IT버블이 끝나가던 시기에 겨우 코스닥에 상장해 막차를 탔다고 볼 수 있다”며 “이후에는 벤처 빙하기에 접어들며 많은 벤처기업이 사라져갔다”고 회상했다.

1998년에는 IMF 외환위기와 2001년 IT 버블붕괴, 2004년 사업지속성 위기, 2008년 리먼금융 사태 등 4번의 실패 위기 모두 3~4년 주기로 발생했다. 그중 남 회장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2003~2004년을 꼽았다. 당시 대기업과 아무리 거래해도 남는 것이 없는 장사를 하던 시절이었다. 코스닥 상장으로 인해 투자를 받은 것은 연구·개발(R&D)에 투입돼 남는 자금도 없었다. 남 회장은 “한국에서는 벤처사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살아남는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코스닥 기업들이 왜 사기꾼으로 전락하는지, 횡령과 배임으로 망해가는지 이해가 가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던 중 글로벌 대기업인 지멘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대한민국이 초고속 인터넷 구조로 돼 있었는데 값싸고 빠른 속도의 IP기술을 지멘스가 주목한 것이다. 당시 지멘스 통신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20조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남 회장은 50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계열사로의 편입을 노렸다. 국내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계열사로 편입된 첫 사례였다. 이 모든 것이 이뤄지기까지는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1년가량 걸리는 것을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했다”며 “당시에 가졌던 생각은 ‘내가 아직 죽을 때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악의 위기를 딛고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남 회장의 승승장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리먼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에 회사는 다시 휘청거리게 된다. 지멘스 계열사로 2대 주주로서의 경영을 계속해 왔던 그는 2007년 지멘스가 노키아지멘스로 통합되면서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당시 노키아는 모바일 네트워크 부문에서 글로벌 강자였으며 다산이 갖고 있던 유선 통신장비 분야의 기술력에 유무선 컨버전스 장비로 포트폴리오가 확대됐다. 유선 부문에서의 기술력이 강점이었던 다산네트웍스에서 모바일 솔루션 분야로 R&D를 시도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지만 유선사업 부문의 실적 저조에 따라 노키아는 전 세계적으로 유선사업 부문 R&D 조직 매각을 단행하게 된다.

남 회장은 위기를 기회라고 판단하고 국내 벤처캐피털의 합작으로 지분을 다시 사들여 다산네트웍스는 국내 기업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는 “2008년 리먼사태 직전에 내가 다시 사들였지만 한 달에 30억 원씩 적자를 내며 정말로 망하는 줄 알았다”며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의 기분이었지만 초심을 생각하면서 절치부심해 다시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이 재인수한 이후에는 R&D 프로세스의 장점은 유지하되, 다산의 강점인 스피드와 유연성을 갖고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며 직접 해외시장을 공략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부터는 실적이 점점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3~4년을 주기로 위기가 온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한 가지 아이템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2년은 마야문명 달력에 따라 전 세계가 종말을 맞는다는 설이 돌던 때였다. 위기를 직감한 그는 2010년부터 사업 다각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문어다리 전략을 구사하며 다산존솔루션즈, 핸디소프트, 솔루에타, 디엠씨, 디티에스 등 5개의 B2B 기업이 생각의 결과물이다.

남 회장은 “다산네트웍스 하나만 갖고 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에서 채워주고, 카드를 5장 쥐고 사업 다각화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은 여러 사업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 B2B(기업 간 거래)로의 전환에 성공한 남 회장은 올해부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남 회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은 여러 사업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지 버릴 것도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었다”며 “B2B 서비스 사업은 생존할 수는 있지만 대박날 수 없다는 생각에 B2C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은 토니노 람보르기니 브랜드의 럭셔리 IT 디바이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 오디오 제품군 등이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며 스마트 디바이스 외에도 다양한 럭셔리 아이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제품 생산과 유통에 ICT 기술을 접목한 프리미엄 유산균 저염김치와 사진·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기기 사업이나 김치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다들 웃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박 나겠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믿음을 갖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그는 B2C 아이템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느냐다. 그는 10년 내로 자신이 하는 사업의 절반 이상이 B2C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B2C 사업 외에 남 회장은 스타트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벤처 선배인 그는 멘토도 해주고 투자도 진행하면서 스타트업 육성을 이끌고 있다. 그가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네가 10번 바뀌어야 네가 살 수 있다”이다. 바로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고 시장 친화적으로 변화의 흐름을 짚어낸 뒤 감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는데 자신의 머릿속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은 망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남 회장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계획이다. 남 회장은 “돈 많이 벌어서 다양한 투자나 벤처캐피털 설립, 창업대학을 만드는 것이 내 인생의 꿈”이라며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을 일구며 사업가로서의 즐거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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