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할래 은수저 할래”, “어느새 손 Siri(시리)네”, “어디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
톡톡 튀는 문구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재치 넘치는 글귀에 미소가 번지고, 공감이 마음을 흔든다. 매일 자정, 소셜커머스 티몬 사이트에 뜨는 언어유희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아 상품들로 ‘클릭’을 안내한다.
이를 도맡는 웹(모바일) 카피라이터인 티몬 콘텐츠기획유닛 소속의 박진화(32) 유닛장과 윤혁유(28) 씨를 최근 서울 대치동에 있는 티켓몬스터 본사에서 만났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노력은 전자상거래 업종에서 차별화된 시도로 나타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통업계는 시즌별 상품 기획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이들은 영업과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모바일 콜렉팅 업무를 꾀한다는 게 특징이다.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구축한다’는 이들은 매일 3가지 테마를 직접 기획, 카피라이팅하고, 상품 선정까지 책임진다. 배너별로 10~20여 개의 상품을 추천한다. 티몬 내에서 매일 3구좌를 쥔 점은 실제로도 소비자의 구매 전환율이 높다는 방증이다.
“기존 고객과 잠재고객이 온, 오프라인에서 티몬을 만날 때 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접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매일 구좌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택배 차량, 배송 박스 문구도 고민한다.”
이들의 짤막한 글귀는 소비자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공감을 넘어 신뢰와 친숙함을 느끼는 네티즌들은 “티몬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듯”, “센스 때문에 한 번 더 접속했다”, “월급을 올려줘라” 등의 반응으로 환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쌈디가 자신의 노래를 패러디한 ‘쌓이면 돈이닉’이란 문구를 자신의 SNS에 게재하는 등의 피드백도 보였다.
“콘텐츠가 주는 공감대와 재미는 고객이 내일도 들어오게 하는 힘이다.”
수지ㆍ이민호, 배용준ㆍ박수진 등 셀러브리티 이슈는 물론, 촛불 집회, 최순실 게이트 등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세태와 상품 특성을 절묘하게 녹여낸 점도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온라인 감수성’을 이른바 ‘저격’하는 창의성, 순발력 등이 합쳐진 결과다.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원할지 가장 고민한다. 상품군에 대한 관심과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입률 데이터, 시시각각 변화하는 추세 등을 익히고 살핀다는 박진화, 윤혁유 씨. 무엇보다 “시의성, 곧 스피드가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재기발랄한 문구를 쏟아내는 이들은 즐겁게 일한다. 컨펌 과정도 두 사람으로 이뤄진 부서 내에서 처리해 간결하다. 그러나 광고문구와 달리, 생명력이 짧으면서도 강력한 바이럴과 집중도를 가져야 하는 웹카피 특성상 고민의 무게는 남다르다.
“항상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티몬의 얼굴’이라고 생각해 오류나 오타를 내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 유행어를 쓸 때도 신중하게 고민한다.”
각각 국어국문학과 영어학을 전공한 박진화 씨와 윤혁유 씨는 짧은 글귀 한마디가 주는 강렬한 에너지를 믿는다.
“카피 한 줄로 브랜드 경험을 전하는 것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당장 어떤 플랫폼이던 큐레이션의 영역, 즉 소비자에게 상품을 좁혀주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의 관심을 사는 건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다.” -박진화
“전망보다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손에 쥐고 있으면 따뜻해’ 보다는 ”남친 없으면 이거 쥐어'라는 짧은 말로 공감대를 사는 것 말이다.” -윤혁유
‘사람’, ‘공감’이란 단어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를 기반으로, 큐레이션 쇼핑으로 구체화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전망과 웹카피 영역의 접점에서 ‘개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20대, 30대를 위한 상품 플랫폼이 마련됐다면, 앞으로는 개인화된 카피가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박진화
“소셜커머스를 비롯해 온라인 유통 자체가 개인화에 초점이 맞추고 있다. 데이터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개별 소비자의 또 다른 니즈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 역시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윤혁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