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080선을 넘보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심리가 복잡하다. 수년간 ‘박스권’ 증시를 경험하면서 코스피가 2100선에 가까워지면 일단 차익을 실현하고 보는 것이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성과급과 명절 떡값, 세뱃돈 등 투자 여윳돈은 늘었지만 오히려 자금은 갈 곳을 잃은 모양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일 차익을 실현하는 자금 유출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에 대한 단기적인 시각을 거두고 신흥국·특별자산 장기투자를 검토한다면 다음 명절 ‘보너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는 지난 2일 이후 12일까지 9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설정원본은 4695억 원에 달한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도 3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자금유출이 이어지며 3674억 원이 빠져나갔다. 주식·채권 혼합형까지 고려하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채권 상품에서만 약 1조 원이 이탈한 셈이다.
유출된 자금은 일단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1월 중 머니마켓펀드(MMF)에는 13조1290억 원이 새로 들어왔다. MMF는 위험회피 목적의 단기투자처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MMF에서 13조2120억 원이 빠져나가 각 투자처를 향했었다.
전문가들은 새해 들어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다시 향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국외로 목돈 투자 방향을 돌릴 것을 권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재개되면서 지난 5일부터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투협 통계에 따르면 특히 해외 특별자산 펀드로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투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0억 원 대에 미치지 못했던 일일 자금유입금액도 1월 이후에는 200억~500억 원대로 올랐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코스피지수가 최근 기준으로 많이 오른 상황인 만큼 추가 상승세를 노리는 목돈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세뱃돈을 5년 이상 묵혀두는 어린이 투자자라면 국내에서 저평가 종목 위주로 선별하는 가치주 펀드나 배당주펀드 중 기준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상품 위주로 선택해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투자연령이나 성향과 관계없이 비과세 해외 주식펀드와 자산배분형 랩(wrap)어카운트 등은 올해도 대체투자처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비과세 해외 펀드의 총 판매 규모는 1조33억8500만 원으로 출시 10개월간 월 평균 1000억 원 규모로 판매됐다.
특히 기존에 랩어카운트는 약정 기간이 있어 탄력적인 자금 운용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불리했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투자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점을 고려해 이런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운용사 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지난해 사모펀드가 공모펀드 규모를 처음으로 뛰어넘은 만큼 자산가층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특별자산이나 부동산, 해외 기업공개(IPO) 주식 등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공모펀드 투자시보다 좀 더 발품을 판다면 내년 명절에 쏠쏠한 보너스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