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도체기업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퀄컴이 특허 라이선스 사업에서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WSJ에 따르면 FTC는 퀄컴이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반도체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하고자 불법적인 전략을 썼다고 보고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소장에 따르면 FTC는 퀄컴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주로 사용되는 베이스 밴드 프로세스(BP) 공급업체로서 휴대폰 제조사에 과도한 조건을 요구해 경쟁업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퀄컴은 ‘라이선스 없이는 칩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특허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높이려고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FTC는 지적했다. FTC는 퀄컴이 자사에 유리한 특허 라이선싱 조건을 고객사에 강요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고객사가 자사에 유리한 특허 라이선싱 조건에 합의하지 않으면 칩을 판매하지 않았고, 타사의 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업체에는 자사 특허를 사용하는 데 따른 로열티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FTC는 애플의 사례를 적시했다. 퀄컴이 애플에 라이선스 비용을 낮춰주는 대신 애플이 퀄컴의 칩만 사용하도록 해 경쟁업체들에 부당한 조건을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기소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기소는 민주당의 추천으로 취임했던 에디스 라미레즈 FTC 위원장에 의해 진행된 것인데 라미레즈 위원장은 오는 2월10일에 물러날 예정이기 때문. 후임에는 공화당 측 추천인사인 마우린 올하우젠 집행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FTC 내에서 유일한 공화당원인 올하우젠은 이번 FTC 위원회에서 퀄컴 기소에 반대했다고 WSJ는 전했다. 올하우젠 위원은 “이번 기소는 경제적으로나 증거입증능력에서나 모두 결함이 있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한편 퀄컴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벌금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퀄컴에 사상 최대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5년 9억7500만 달러 벌금을 물고 특허요금을 대폭 낮추는 등 중국 내 영업 방침도 변경했다. 유럽연합(EU), 대만 경쟁당국도 퀄컴의 반독점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