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기각…삼성, 최악은 피했다

입력 2017-01-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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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회장, 서초사옥 출근 대책 논의…동력 잃은 특검 전략 수정 불가피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오면서 종이백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오면서 종이백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날카로운 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단한 방패’를 뚫지 못했다. ‘430억 원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놓고 맞붙은 명운을 건 법리공방에서 법원이 이 부회장의 손을 들자, 삼성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이 부회장 구속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직접 수사로 직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특검은 향후 수사 계획과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가 범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법원의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구속 위기를 넘긴 이 부회장은 밤샘 대기하던 서울구치소를 떠나 곧바로 삼성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그는 밤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대기하던 최지성 부회장(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와 함게 향후 대응책 논의를 이어갔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193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너가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한국 사회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이슈로 떠오른 만큼, 삼성은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신중함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귀가’ 대신 ‘귀사’를 선택한 것 역시 이 같은 신중함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사태로 반세기 이상 공들여 쌓아올린 브랜드 인지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문회 증인-특검 소환조사-구속영장 청구-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훼손된 그룹 이미지와 자존심을 만회해야 한다는 것. 삼성은 전략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기획팀, 커뮤니케이션팀(홍보) 등을 아우른 미래전략실 인력을 총동원해 재판 과정에서 ‘무죄 입증’을 적극 피력하는 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70여 일간의 특검 수사 기간 가운데 첫 고비를 맞은 특검 역시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대기업의 뇌물 의혹 수사는 중단 없이 계속할 방침이다. 특검은 삼성 수사를 마무리짓고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삼성의 뇌물죄 성립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 역시 방향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특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 계획도 조사 내용이나 수사 방침이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조 부장판사는 이날 가장 큰 쟁점이었던 뇌물 혐의에 관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함께 영장에 기재된 횡령이나 위증 혐의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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