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테헤란 동쪽 셈난 인근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백악관이 30일 발표했다. 이란의 도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안 재협상’ 공약이 힘을 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백악관의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알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의 정확한 본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은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실패로 끝났으며, 미사일 유형 등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과 미 국무부는 이란의 핵 발사 여부와 국제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마크 토너 대변인은 “최근 이란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을 했다는 보고는 받았다”며 “우리는 이란의 무책임한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란이 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7월 핵 합의가 타결되고 작년 1월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약 1년 동안 12건의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란이 핵 합의에서 한 약속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 측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니 대몬 이스라엘 대사는 트위터에 “이란은 미사일 실험으로 결의안을 다시 무시했다”며 “국제 사회는 이란의 침략을 모래 속에 묻지 않아야 한다”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당시 이란의 핵 협상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인사들은 이란과의 일방적인 핵 합의안 재협상 가능성이 작다고 점쳤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도발이 국제법 위반으로 드러나면 트럼프의 반(反)이란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악관은 이스라엘의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다음 달 15일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며 그때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30일 트위터에 “이란의 공격에 대해서 응답하지 않아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