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명장을 찾아서] 김봉준 CJ제일제당 유용미생물센터장, 김치의 세계화 꿈꾸는 ‘김치맨’

입력 2017-02-08 10:31 수정 2017-02-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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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잡는 김치 유산균 발견… 2003년 입사 김치연구 몰두해 김치 유산균 신뢰 얻는데 7년

▲사진 고이란 기자 photoeran@
▲사진 고이란 기자 photoeran@

“먼 훗날에는 도올 김용옥 선생처럼 회색 저고리를 입은 김치 연구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미생물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전통 김치를 담그는 사람들을 찾아갈 정도로 종합적으로 김치를 재조명하고 있죠. 진정한 김치를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김치와 유산균은 친숙하지 않은 식품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CJ제일제당의 김치유산균 전문 브랜드 ‘BYO 유산균’은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피부 가려움 개선 효능으로 국내 최초 식품의약안전처 인증을 받은 ‘BYO 피부유산균 CJLP133’이 첫선을 보인 지 만 3년 만이다. 이렇게 김치 유산균이 신뢰를 얻은 데는 김봉준 CJ제일제당 통합연구소 유용미생물센터장(44세·상무)의 7년간의 노력이 있었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이 술과 같은 효모 발효를 연구하시던 분이셨어요. 함께 막걸리를 마시다가 김치와 궁합이 잘 맞는 것을 느끼고 김치도 발효 식품이니 같이 연구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었죠. 첫 논문이 나오는 데만 6년이 걸렸어요. 그만큼 김치라는 시스템 자체가 어렵고 해석도 복잡합니다. CJ제일제당에서는 면역보다는 미생물 발효 측면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연구했어요.”

김 박사의 연구로 출시된 BYO 유산균 시리즈는 ‘BYO 피부 유산균 CJLP133’, ‘BYO 장 유산균 CJLP243’, ‘BYO 멀티 유산균’ 등 3종으로 장 건강에 집중된 기존 유산균 시장을 기능성 중심으로 유산균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그는 우유에서 유래한 수입 동물성 유산균 제품과 달리 김치에서 유래한 김치유산균이 서양인에 비해 장이 긴 한국인에게 더 잘 맞다는 점이 소비자 트렌드와 니즈에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김치 사업이 당장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업은 아니지만 제대로 시장을 창출하면 김치 자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00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하게 된 계기도 ‘발효 식품의 세계화’란 사업 철학에 공감해 지원했어요. 연구원 모집 공고를 마감 하루 전에 발견했는데 마침 CJ제일제당이 눈에 띄었던 것이죠. 기술적으로 김치의 보존성도 중요하지만, 특히 맛을 좋게 하는 품질적인 부분을 연구했습니다.”

CJ제일제당 입사 후 전공을 살려 김치 유산균 효능 연구와 상품화에 매진한 김 박사는 김치 유산균이 피부 가려움과 수면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성인을 위한 피부 개선 기능성을 갖춘 멀티 기능성 연구에도 성공했다. 이에 지난해는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에서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훈장 격인 과학기술포장을 수상하고, 미래창조과학부 후원의 ‘노벨상’ 격인 장영실상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박사는 CJ제일제당의 마케팅 등으로 공로를 돌리는 등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희 아이도 아토피로 고통을 받은 적이 있어 가려움에 고통받는 아이들과 가족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임상시험까진 아니지만, 출시 직전 저도 3~6개월 제품을 먹으면서 장 환경을 개선하고 피부 상태에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 같은 김 박사의 소신과 뚝심으로 CJ제일제당은 김치 유산균의 다양한 기능성을 앞세워 올해 김치 유산균의 다양한 기능성을 앞세워 소비자의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제품 체험 표본 등 고객 접점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매출 700억 원 이상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치 유산균을 넣은 초콜릿, 빵, 과자 등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는 최근 트렌드를 주도하고자 B2B(기업 간 거래)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

이런 성과를 이끈 ‘김치 맨’ 김 박사는 “한국인은 식물성 위주로 식사하는 민족성을 가졌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이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다”며 “발효 식품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도 김치와 유산균에 많은 관심을 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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