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업에 6조5000억 원+α를 지원해 수년 내에 국내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의 총량)을 구조조정 이전으로 회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 파산이 유력한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해운업 지원 대책을 밝혔다. 올해 총 6조5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 이전으로 회복한다는 게 목표다. 우선 선박은행 격인 한국선박해양이 다음 달 초까지 현대상선에 720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고, 1조 원 규모로 조성된 글로벌 해양펀드로 터미널 등 자산 인수를 돕는다.
또 2조5000억 원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최소 5척에서 최대 20척의 신조 계약을 지원한다.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했거나 지분을 양도한 터미널 등 주요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항만기업들이 참여하는 ‘한국글로벌터미널운영사(KGTO)’도 만든다.
해수부는 이런 방안들을 통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현대상선의 조기 정상화를 지원하고 수년 내에 국내 선복량 1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넘긴다는 게 목표다.
작년 12월 기준 선복량은 51만TEU에 불과했다. 이는 해운업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전 106만TEU의 절반 수준이다. 100만TEU는 구조조정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결국 해운업에 6조 원이 넘는 지원을 하지만 구조조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수부가 해운업 위기를 진작에 알았지만 민간회사라는 이유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금융 논리에 밀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수부는 구조조정이 있기 불과 3년 전인 2013년에 해운업체의 요구에 따라 자본 확충을 지원했지만 그뿐이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해운업의 위기를 정부도 알았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