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이른바 가성비가 신차 전쟁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 절벽을 맞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와 한국지엠, 쌍용차 등은 지난해 말부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현대차 역시 내달 디자인을 일부 변경한 ‘쏘나타’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신차의 가격은 제자리이거나, 되레 내렸다. ‘신차 = 가격 상승’ 공식이 깨진 것이다. 실제로 기아차 ‘올 뉴 모닝’은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 등을 탑재하고도, 가격을 전 모델보다 10만 ~ 55만 원 올리는 데 그쳤고, 한국지엠 ‘더 뉴 트랙스’ 역시 상품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트림별 가격을 최대 125만 원 내렸다.
가성비 전쟁의 포부를 연 건 르노삼성이다. 지난해 출시된 ‘QM6’는 길이를 150㎜ 늘리고, 2.0 dCi 고효율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한 ‘QM5’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170만 원 내렸다. 사륜 시스템을 장착한 REㆍLE 트림 역시 ‘QM5’ 사륜구동보다 20만 원씩 낮게 책정됐다.
지난해 세밑 선보인 ‘2017년형 SM3’도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SW) △타이어공기압 경보장치(TPMS)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C) 등 각종 안전 사양을 추가했지만, PE(1550만 원)ㆍSE(1720만 원) 트림은 2016년형보다 가격을 내리고, 디젤(1980만 ~ 2095만 원)은 가격을 동결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높은 수요와 내수절벽을 뛰어넘으려는 자동차 업계 고민이 맞물리면서 가성비 전쟁이 전 차급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