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한자어 중에 ‘불여(不如)’라는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의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바로 그런 예이다. ‘不如’는 앞의 것이 뒤의 것보다 못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공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종일불식, 종야불침, 이사무익, 불여학야(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無益, 不如學也)” 풀이하자면, “종일토록 밥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도 자지 않으면서 생각해봐도 이로울 게 없고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머리에 든 것이 없이 빈 머리로 생각하는 것처럼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정보를 전혀 갖지 않은 채 밥도 거르고 잠도 설치면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본들 신통한 생각이 나올 리 만무하다. 사람의 사고는 머리에 들어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나라의 학자로서 성리학을 완성한 주희(朱熹=朱子)는 지식의 힘을 강물에 비유하여 “어젯밤 강가에 봄비가 내려, 강에 물이 채워지자 큰 배도 터럭만큼이나 가볍게 떠가게 되었네[昨夜江邊春水生 蒙?巨艦一毛輕]”라고 표현하였다. 물이 빠진 강바닥의 진흙 위에서 배를 끌어올린다고 가정해보라. 얼마나 많은 힘이 들겠는가? 그러나, 비가 흠뻑 내려 강에 물이 차오르기만 하면 배는 솜털마냥 가볍게 떠서 자유자재로 물 위를 오갈 수 있다.
물은 배가 배의 역할을 하게 하는 기본 조건이요, 독서는 사람이 사람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조건이다. 배우지 않고 빈 머리로 살아가는 인생은 땅바닥에서 배를 끌고 가는 것만큼이나 고달프고 처참하다.
그래서 공자도 ‘불여학(不如學)’, 즉 ‘배움만 한 것이 없다’고 하였다. 쓸데없는 오락프로그램으로 허송세월하지 말고 깊이 있는 책 한 권이라도 읽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독서하기 좋다는 겨울의 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