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계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올해 시상식 작품상 수상번복의 원인 제공을 한 다국적 회계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2명의 회계사에 시상식 퇴출 조치를 내렸다.
셰릴 분 아이작 AMPAS 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컬리넌과 마사 루이즈 등 PwC 소속 회계사의 실수로 수상작 번복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들 두 명의 회계사는 앞으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사상 초유의 작품상 수상 번복 사태가 트위터에 정신이 팔린 회계사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PwC는 83년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투표수 집계와 보관, 투표 결과 전달 등 투표 과정 전반을 책임져왔으며 당시 두 회계사는 시상식 무대 뒤에서 시상 직전 시상자에게 결과 봉투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미국 대중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최고작품상 시상 직전 여우주연상 시상 후 무대 뒤에서 컬리넌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컬리넌이 작품상 시상 직전 무대 뒤에서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엠마 스톤의 사진을 올리다가 작품상 시상자에게 잘못된 봉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지사 이사회 회장인 컬리넌은 현재 문제가 된 트위터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다. 동행했던 또 다른 회계사 루이즈도 시상식 중 SNS 활동을 하는 등 이번 해프닝에 기여(?)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루이즈 역시 컬리넌과 방송인 마이클 스트라한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시상식 다음 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다.
지난달 26일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대 하이라이트이자 최고 영예인 ‘작품상’ 발표 과정에서 수상작을 잘못 호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웃지 못할 해프닝에 잘못 호명된 ‘라라랜드’ 제작진은 씁쓸하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고, ‘진짜’ 주인공인 ‘문라이트’의 수상의 기쁨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권위를 자랑하던 시상식의 격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수상자가 뒤바뀌는 사상 초유의 사태의 원인이 PwC 소속 회계사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아카데미와 PwC의 관계도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미 AMPAS 대변인은 “이미 26일부터 PwC 측과의 관계와 관련해 검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PwC는 이번 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발생한 일련의 실수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컬리넌과 루이즈가 이를 바로 잡는 조치를 충분히 빨리 취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