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라는 점에서 주요 외신이 일제히 이를 타전하고 있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이후 한국 경제에 주목했다.
조기 대선에 출사표를 낸 다수의 대선 후보들이 정치적 견해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 모두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제성장 전망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서울발 기사를 통해 갤럽 코리아 여론조사 기준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2%의 지지율로 선두를, 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17%로 2위를 달리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경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이 처한 상황은 정치적 외적으로 경제나 외교적으로 녹록지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의 결정과 개시만으로 중국은 사드 경제 보복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역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 성장에 역풍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적 상황이 악화하다 보니 경제 성장 전망도 잿빛 일색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5%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일본 다이와캐피털마켓은 중국과의 긴장 고조를 이유로 종전의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을 2.35%에서 1.75%로 대폭 낮췄다.
높은 실업률도 문제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밀레니언 세대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표현한다고 전하면서 30대 이하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청년실업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취약한 연금 제도 탓에 중장년층의 일자리 부족도 문제다.
이른바 ‘최순실 스캔들’로 정경유착과 이로인한 부패가 드러나면서 야당에서는 재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 문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다만 이번 대중들의 공분이 크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성과를 기대해볼 수는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한때 세계 최고였던 해운과 조선 등 산업분야 기업들의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정부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부채도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가계부채는 134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현재도 증가 추세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가계부채 관련 대책을 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게 되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 역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인 금리인하 카드도 현재로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완화기조를 거둬들이고 있는데다 이미 한국 국채 금리가 미국 장기 국채 금리보다 낮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더 인하한다면 자본 유출 등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 정책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헌재 판결 이후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추가 재정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내년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