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최근 3개월 연속 가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잔고가 1만 원도 안 되는 소액계좌가 절반을 차지해 소비자 관심이 출시 초기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 가입계좌 수는 지난해 11월말 240만6000좌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12월말 239만1000좌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월말 236만2000좌로 감소했다. 이달 3일 기준 ISA 계좌 수는 234만6000좌로 지난달에도 1만6000좌 가량 줄었다. 3개월간 감소한 계좌 수는 약 6만좌로 집계됐다.
계좌 수 감소는 신규가입 계좌가 급감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규가입 계좌 수는 작년 6월 25만8000좌에서 7월 5만7000좌로 크게 줄어든 뒤 10월 3만2000좌, 올해 1월 1만4000좌로 둔화되고 있다.
다만 해지 계좌는 지난해 7월 3만9000좌, 10월 3만5000좌, 12월 3만4000좌, 올해 1월 4만3000좌로 전체 가입계좌의 1.5%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ISA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국민 재산 증식’이란 당초 이 상품 출시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잔고 10만 원 이하 소액계좌 비율이 출시 초기인 작년 3월말 90.7%에서 올해 1월말 73.2%로 17.5%포인트나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개 중 7개 이상의 계좌가 종합 자산관리 계좌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 중 잔고 1만 원도 안 되는 이른바 ‘깡통 통장’은 52.2%로 절반을 넘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두 달간 전체 가입계좌 수는 4만4000좌 감소하는 가운데 10만 원 이하 계좌는 6만1000좌가 순감했다”며 “12월 이후의 가입계좌 수 감소는 10만 원 이하 계좌의 해지 등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인 것”으로 판단했다.
총 가입금액은 이달 3일 기준 3조6461억 원으로 출시 당시(6605억 원) 이후 5.5배로 증가했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155만 원으로 작년 3월 55만 원 대비 2.8배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월별 유입 규모가 작년 6월까지 5000억∼6000억 원 규모를 유지하다 7월 이후 1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는 각각 837억 원, 908억 원으로 1000억 원대를 밑돌기도 했다.
이처럼 ISA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일임형 상품 중 금융당국이 공시 사이트인 ‘ISA다모아’를 통해 공개하는 출시 3개월이 경과한 201개 모델포트폴리오(MP)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1월말 기준 2.08%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금리 상승기 등이 겹친 작년 11월에는 평균 수익률이 0.5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반 예·적금 상품과 수익률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금융위는 ISA의 효용성에 대한 비판과 관련, “전체 ISA 가입자 중 90%가 신탁형 ISA인 상황에서 일임형 ISA의 공시수익률을 근거로 전체 ISA의 성과를 평가하거나 3~5년의 장기 투자상품인 ISA를 단기수익률로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전체 가입계좌 중 88.6%에 해당하는 207만9000좌는 신탁형, 11.4%인 26만8000좌는 일임형이다. 투자자가 직접 예·적금, 펀드 등 상품을 선택해 편입하는 신탁형 계좌는 대부분(92.1%)이 은행권을 통해 가입한 계좌이고 증권업권의 신탁형 계좌는 7.8%에 불과했다. 일임형 계좌의 은행 계좌 비율은 86%로 신탁형보다는 다소 낮았다.
가입유형별로는 서민형(총급여 5000만 원 이하,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 가입자가 58만2000명, 일반형 가입자가 163만9000명이었다.
금융당국이 국세청에 확인한 결과 서민형 ISA 가입대상이면서 일반형으로 가입한 고객이 약 100만 명으로 확인돼 각 금융회사를 통해 서민형으로 전환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서민형 전환이 완료되면 전체 가입자 중 서민형 가입자는 약 70%인 160만 명으로 늘어난다.
서민형으로 전환하면 비과세한도가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늘어나고 의무가입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축소된다.
금융위는 “ISA는 세제혜택, 투자자선택권, 자산관리 효율성 등 측면에서 현재 존재하는 상품 중 가장 유용한 재산증식 수단”이라며 “ISA가 더 많은 국민의 재산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입 대상 확대, 세제혜택 확대, 중도인출 허용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