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내부 출신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과 달리 국책은행 및 금융공기업의 관료 낙하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수장으로 최종구 행장이 지난달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전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행시 25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이에 따라 1976년 설립 이후 3명의 은행권 인사를 제외하면 행장 15명 모두가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의 정부 관료 출신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해 10월 정찬우 이사장 취임 이후 또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 임명된 홍동호 신임 상임감사는 행시 27회 출신으로 기재부 재정정책국장을 지냈다. 거래소 역시 이사장에 이어 상임이사 임원급 7명 가운데 4명이 관료 출신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초 비상임이사 선임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여권 인사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던 주금공은 올해 역시 정치권에 발을 담근 이력이 있는 교수와 변호사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등도 비상임이사 중 일부는 금융권 이력이 미미한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을 지난해 말 선임한 바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원인으로 국책은행의 낙하산 인사와 방만 경영이 지적되면서 지난해 수출입은행법과 산업은행법 등 일부를 개정한 낙하산 방지법이 발의됐다. 주요 임원을 기재부 장관이나 금융위원장 제청에서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이사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는 내용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에 따른 국정공백에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1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공기업적 성격이 강한 수협은행 역시 관료 출신 행장 후보 추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달 8일 행장 후보 결정을 앞두고 행추위원 간 의견 합의에 실패하면서 재공모에 돌입했지만, 같은 달 31일에도 견해를 좁히지 못하며 이달 4일로 후보 선정이 미뤄졌다. 관료 출신 이원태 현 행장을 정부 측 행추위원들이 지지하자 수협 측 행추위원은 물론, 노조 역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강하게 저지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