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트럼프와 회담서 시진핑은 '홍문의 연회' 유방 신세였다"

입력 2017-04-09 15:01 수정 2017-04-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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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의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의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G2 회담. 시 주석 쪽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 주석이 끌려다니며 ‘의문의 1패’를 당한 굴욕의 회담이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홍문의 연회(鴻門宴)’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로에 빠진 미중 관계의 해법을 찾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두 정상이 첫 대면한 6일,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소유 별장 ‘마라라고’에서 시 주석 내외는 백악관 전통 만찬 요리로 극진히 대접받고, 중국어로 중국민요 ‘모리화(茉莉花)’와 삼자경(三字經), 당시(唐詩)를 줄줄 외우는 트럼프의 어린 외손주들의 재롱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시리아에 대한 미군의 폭격 소식을 전한 건 이 만찬 직전. 미군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시리아 공군 기지에 약 59발의 미사일 폭격을 하는 동안 마라라고에서는 연회가 한창이었다. 시 주석은 폭격의 최고위 사령탑 안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트럼프 대통령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뒤의 심경은 말할 수 없이 복잡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시리아 폭격 결정은 북한의 핵 · 미사일 문제에서 협력을 주저하던 시 주석에 대한 견제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단독 군사 행동도 시사한 터였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중국 인터넷에서는 시 주석의 처지에 대해 ‘홍문의 연회’의 유방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여론이 피어오르고 있다. 홍문의 연회는 한나라 초대 황제 유방이 항우로부터 초대를 받고 연회를 즐기던 중 칼춤을 가장해 유희를 선보이던 무장 장량에게 암살될 뻔한 유명한 고사다. 올 가을 19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공산당 대회)에서 권력 재편을 앞둔 시 주석으로서는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단 둘이 산책하던 중 취재진을 만나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플로리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단 둘이 산책하던 중 취재진을 만나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플로리다/AP연합뉴스

시 주석의 이번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불과 76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빨리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는 시 주석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선 경제다. 중국은 16년 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성장했다. 성장이 둔화된 지금,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의 화살이 중국으로 향하면 외화를 벌어들이기 쉽지 않다. 자금력이 밑바탕이 된 중국의 세계 전략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어 대미 관계의 안정은 최우선 과제다.

내정도 문제다. 중국 최고 지도부를 교체하는 가을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투쟁이 시작됐다. 시 주석은 자신의 임기 연장에 관련된 법률 개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외교 당국자들까지 매일 시진핑 사상 학습회에 이끌려나가 시 주석 찬양에 열중한다. 시 주석의 방미 중에도 고위 관계자가 반부패 운동으로 적발됐다. 대미 외교는 내정의 연장선인 셈이다. 시 주석은 대미 관계의 안정을 성과로 가을 공산당 대회에 임할 작정이다.

201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첫 회담한 시 주석은 기존의 관계를 청산한 ‘새로운 형태의 대국 관계’를 제시했다. 자국의 국력 상승에 따라 기존의 강대국들, 특히 미국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끝내고 새로운 대국 관계를 형성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시 주석의 제안은 미중 두 강국이 세계를 이끄는 G2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중국의 위험한 의도를 깨달은 오바마 정권은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이번에 시 주석은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를 트럼프 시대에 맞게 다시 제시해 굳건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전에 맥은 있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방중에서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고 ......”라고 말한 것.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를 설명할 때 중국이 쓰는 특유의 표현이었다. 틸러슨의 발언은 트럼프 정권이 마치 중국에 양보하는 것처럼 비쳤다.

그러나 실제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가 일련의 발언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미중 관계의 새로운 키워드도 나타내지 않았다. 이틀간의 회담 후 미중 공동 성명과 중국 측의 기자회견도 전혀 없었다. 이는 두 정상 사이에 심각한 대립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시리아 폭격과 함께 시작된 회담은 홍문의 연처럼 긴장감이 증폭돼 있었던 것.

시 주석은 정치 슬로건으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중국의 꿈’을 내걸고 있다. 이와 똑같은 말이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정책 슬로건이다. 이 두 가지는 향후 G2가 격돌할 위험을 내포한다. 그것이 미중 무역 마찰일 수도, 북한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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