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걸 처음 깨달은 건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친구들과 자장면을 먹다가 친구들의 지적을 받고서였는데, 그러고 보니 나만 젓가락을 평행하게 쥐지 않고 X자로 엇갈리게 쥐고 있었다. 이후로 나에게는 젓가락질에 대한 모종(某種)의 콤플렉스가 생겨났다.
한번 머릿속에 강박이 들어앉다 보니 이전에 나름의 방식대로 집어먹던 것조차 스스로 어색해졌다. 맞선 자리에서 젓가락질을 잘 못해 혼사가 깨졌다거나, 면접이 끝나고 간 식당에서 서툰 젓가락질 때문에 입사가 취소되었다는 등의 일화가 남의 일이 아닌 듯 들려왔다.
무엇보다 제일 부담이 되었던 건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걸 집안 내력과 연결짓는 우리네 특유의 문화였다. 내 허물로 집안 전체가 천하게 여겨진다는 건 초연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다.
이후 나는 ‘표준 방식의 젓가락질’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게 학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드러내 놓고 누군가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 어색한 일이어서 내 방 책상 위에 지우개며 풀 뚜껑 등을 늘어놓고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옮기는 방식으로 ‘올바른 젓가락질’ 연습을 하곤 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어려운 자리에서 의식하고 하면 표준방식과 비슷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그러나 지금도 의식하지 않으면 여전히 특유의 X자 방식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다. 아마도 면전에서 얘기하지 않았을 뿐 내 서툰 젓가락질을 보고 우리 집안을 천하게 여긴 사람도 분명 있었으리라.
나는 소망한다, 한 개인의 서툰 젓가락질을 집안 내력과 연관 짓는 사회 일각의 인식이 없어지기를. 또한 타인에게서 나와 다른 점을 발견했을 때 그 다름을 배척의 이유로 삼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