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 산하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미국 송금서비스 업체 머니그램 인수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트파이낸셜은 머니그램 인수가를 약 12억 달러(약 1조3637억 원)로 끌어올렸다. 다시 경쟁사의 오퍼를 압도해 머니그램 인수에 성공하기 위한 한 수다.
앞서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1월 머니그램을 8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캔자스 주 리우드 소재 결제프로세스 업체인 유로넷월드와이드가 9억5500만 달러에 머니그램을 사들이겠다고 제안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유로넷은 또 미국 의회와 재무부를 상대로 앤트파이낸셜이 머니그램을 인수하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극적인 로비도 펼쳤다.
앤트파이낸셜 또한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미국 정부 불안 해소를 위해 자체 로비와 홍보 활동을 강화했다. 앤트는 또 인수가를 종전의 주당 13.25달러에서 주당 18달러로 상향한 것 이외 머니그램의 부채를 상환하거나 리파이낸싱하는 역할도 맡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머니그램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앤트 측 제안을 승인했다.
머니그램의 알렉스 홈즈 최고경영자(CEO)는 “주당 18달러 인수가는 매우 강력한 제안”이라며 “유로넷의 로비 활동은 ‘소음’에 불과하다. 우리 이사회는 유로넷에도 앤트의 제안을 통보했지만 아직 아무 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피긴 앤트파이낸셜 글로벌 사업 담당 수석 부사장은 “외국기업의 미국 자산 인수를 승인하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서 검토에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세부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앤트의 머니그램 인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외국기업의 미국 인수ㆍ합병(M&A)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중국의 미국 투자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거친 표현이 다소 완화했다.
앤트는 미국 의회의 중국 투자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극복해야 한다. 또 CFIUS는 중국은 물론 유럽기업의 미국 투자도 불허한 전력이 있다.
머니그램 인수에 성공하면 앤트는 이 회사가 지닌 광대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피긴 수석 부사장은 “머니그램은 중국을 중심으로 6억 명의 고객이 있다”며 “또 머니그램의 중국 고객 대부분은 앤트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앤트는 중국에서 온라인 결제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해외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인제니코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