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이동통신 관계자들이 내놓는 푸념이다. 통신비는 식비와 교육비를 제외하면 가계 지출에서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선거철 ‘단골 공약’인 통신비 인하 대책이 올 대선에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장미 대선에서도 후보자들은 ‘통신비 인하’라는 장밋빛 공약을 앞세워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통신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공약이 대다수이다.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통신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만1000원의 기본요금 폐지’는 통신 시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기본료는 2G나 3G 요금제의 경우에만 부담하는 금액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사용하는 LTE 요금제(데이터 요금제)는 기본료 자체가 없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LTE 가입자를 포함해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1만1000원의 기본료 폐지를 적용하면 7조9000억 원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이통 3사 영업이익 합산액 3조6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내놓은 ‘온 국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입한 데이터 용량을 모두 소진한 후에도 추가 요금 부담 없이 낮은 속도로라도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가입자에 한해서 운영하고 있는 ‘안심 데이터’ 같은 옵션을 무료로 전 가입자에게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기업의 자율성(自律性)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많다.
재원 마련이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차후에 세우더라도, 통신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이미 국민은 앞선 정권에서 실패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경험했다. 포퓰리즘적인 통신비 인하 공약보다는 바뀐 데이터 요금제 탓에 높게 책정된 통신비를 내리려는 실질적인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