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시대] 신념 하나로 대권 꿈 이룬 프랑스 정계 이단아

입력 2017-05-08 09:15 수정 2017-05-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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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연애처럼…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 추구

▲고교 시절 연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미모의 여선생님 브리짓 트로뉴와 수줍게 입맞춤을 하던 16살 소년 에마뉘엘 마크롱. 24세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부부가 된 두 사람은 24년 후인 2017년, 마크롱이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진한 입맞춤을 다시 보여줬다. AP연합뉴스·유튜브 동영상 캡처
▲고교 시절 연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미모의 여선생님 브리짓 트로뉴와 수줍게 입맞춤을 하던 16살 소년 에마뉘엘 마크롱. 24세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부부가 된 두 사람은 24년 후인 2017년, 마크롱이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진한 입맞춤을 다시 보여줬다. AP연합뉴스·유튜브 동영상 캡처

지난해 4월의 어느 저녁 프랑스 수도 파리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 200~300명 남짓의 사람들 앞에서 30대 젊은 남성이 열변을 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전 프랑스 경제산업부 장관이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를 출범시키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는 그 흔한 캠페인 설명문이나 깃발도, 창당 소식을 전하는 TV 카메라도 없었다. 그나마 모여 있던 사람도 대부분 마크롱의 지인이나 친인척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일부 시민은 “스몰 웨딩인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고 했던가.

마크롱은 앙마르슈를 창당한 지 1년 만에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프랑스에 새 역사를 썼다. 최연소 각료에 오르는 등 프랑스 집권 여당인 사회당 내에서도 총아(寵兒)였던 마크롱이 지난해 8월 당을 뛰쳐나왔을 때도, 같은 해 11월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도 모두가 실패로 끝날 도박에 베팅했다고 말했다. 마크롱에 ‘정치 스승’ 역할을 했던 알랭 맹크조차도 차기 대선을 노리자고 했지만, 그는 “지금이 적기”라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출마를 선언했다.

마크롱의 인기 원인을 분석한 저널리스트 안느 풀다는 BBC에 “마크롱의 평범하지 않은(unusual) 연애사는 그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하고 자기 믿음이 강한 인물인지 보여준다”면서 “마크롱은 프랑스 대선도 같은 방식으로 공략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소설가를 꿈꿨던 마크롱은 또래가 TV나 영화에 열광할 때 프랑스 고전문학을 탐독하는 문학 소년이었다. 또래보다 조숙하다는 이야기를 줄곧 들었다. 마크롱은 북부 도시 아미앵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학교 문학 선생님이었던 브리짓 트로뉴와 연극반 활동을 하다 사랑에 빠졌다. 당시 마크롱은 16살. 트로뉴는 24세 연상에, 자녀 3명을 둔 유부녀였다. 마크롱의 부모는 당연히 아들의 불륜을 허락하지 않았다. 급기야 둘을 떼어놓으려고 마크롱을 파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러나 마크롱은 “꼭 다시 돌아와 선생님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고, 두 사람은 결국 2007년 결혼에 성공했다. 미국 CNN은 24세 연상의 부인 트로뉴가 마크롱의 초보 대선 후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켜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로뉴와의 부부생활로 성숙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이 젊은 혈기만을 믿고 무작정 출마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 맹크는 “15년 전인 2002년 마크롱을 처음 만나 ‘20년 뒤엔 뭘 하고 있을 것 같냐’고 묻자 ‘대통령이 돼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그는 항상 최고의 자리(Top job)로 향하는 길을 추구했다”고 돌아봤다.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꿈꾼 만큼 다른 누구보다 철저히 대선을 준비했다. 마크롱은 프랑스인 수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2만5000명의 시민들을 심층 인터뷰해 자신만의 중도 성향 정책 선언문을 만들었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와 비슷한 전략이었다. 4명으로 시작한 마크롱의 지지단체는 몇 개월 만에 수천, 수만 명으로 불어났다. 현재 앙마르슈에 가입한 사람은 20만 명이 넘는다. 회사원, 농부, 실업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젊은 중도 성향을 부각시키려고 기존 정당처럼 정당 가입비를 받거나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 포기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온라인 회원 모집 방식을 택한 것도 지지세력 확장에 도움이 됐다.

마크롱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내과의사인 부친과 피카르디대학의 신경학 교수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마크롱은 파리 명문 앙리4세 고등학교와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학업을 마친 뒤 재무부 금융조사관으로 잠시 일하다가 대형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로 자리를 옮겨 투자 은행가로 큰돈을 벌기도 했다. 정치에 입문한 것은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발탁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내다 2014년에는 경제산업부 장관직에 올랐다. 그의 나이 만 36세였다.

하지만 이같은 소위 ‘꽃길’만 걸은 이력이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향후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첨단 영·미식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살아 있는 프랑스에서 마크롱 역시 투자은행 출신이라는 자신의 이력이 부각되는 것에 민감하다. 마크롱은 최근 선거 유세 당시 기자회견에서 과거 투자은행가로서 노동자층 표심을 잡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나는 언론이나 정치, 은행업계 종사자와 아무 관련이 없는 지방 소도시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면서 “나는 공공교육의 도움으로 현재 위치에 올랐으며 중산·노동자층 후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크롱의 친구인 마태 레인은 “은행에서 일하고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영국에서는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프랑스에서는 다르다”면서 “마크롱은 항상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며 그때마다 민간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공약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BBC는 모호한 정책 내용 때문에 마크롱을 두고 ‘블라블라-랜드(Bla-Bla·공허한 미사여구)’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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