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4 ~ 8%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했다. 우리은행은 4전5기 만에 드디어 민영화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은 IMM PE(6.0%), 한화생명·동양생명·키움증권·유진자산운용(각 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등 7곳의 과점주주에 29.7%의 지분을 팔았다.
정부는 이번 매각으로 남은 공적자금 4조4800억 원 중 약 2조4000억 원을 회수했다. 정부의 우리은행 공적자금 회수율은 83.4%(10조6000억 원)로 껑충 뛰었다.
과점주주들은 정부가 파격적으로 내건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며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했다.
정부 측 인사들로 꾸려졌던 이사회는 민간 주도로 전환됐다. 15년 만에 민영화를 이뤘지만, 온전히 민간 은행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여전히 최대주주는 21.37%의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이다.
금융당국은 과점주주 매각을 전후해 예보가 가진 우리은행의 잔여 지분을 이른 시일 내에 처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첫 번째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고려할 것을 전제했다.
정부가 지금껏 회수하고 남은 우리은행 공적자금은 약 2조800억 원이다. 예보가 보유한 주식(1억4445만7161주)을 고려하면 주당 1만4300원에 회수할 수 있다.
12일 종가 기준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6050원이다.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의 매각 할인율을 고려해 주당 1만5000원에 잔여 지분을 처분한다고 가정해도 1000억 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주가가 받쳐주는데, 금융당국과 예보는 꿈쩍도 않고 있다. “잔여 지분을 매각하기에 지금이 적기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주가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에 잔여 지분 중 일부라도 매각하는 쪽으로 큰 틀은 세운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공동위원장 중 한 명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구체화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금융위는 아노미 상태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전망으로 존치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은 논외가 됐다.
금융위가 새로운 진용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관리 등 더 시급한 사안이 많은 만큼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논의가 언제 본격화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주가 추이이다. 은행장이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세일즈를 하는 등 우리은행이 주가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식가격은 국내외 정세에도 영향을 받는 민감한 지표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게 이치인데 금융당국의 복지부동(伏地不動)에 시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실기(失機)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