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여름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이상고온 때문인지 몸이 찌뿌둥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후텁지근한 채 비라도 내릴 듯 찌푸린 날에 “삭신이 쑤신다”고 호소하는 노년층이 더욱더 많아진다.
국어사전은 ‘삭신’을 ‘몸의 근육과 뼈마디’라고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삭신’의 ‘신’은 ‘身(몸 신)’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삭신’의 ‘삭’은 무슨 뜻일까? 본래는 ‘삭신’이 아니라 ‘색신(色身)’이었고, 색신(色身)은 물질적 존재로서 형체가 있는 몸이라는 뜻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육신(肉身)의 의미이다. 그런 색신이 전라도 사투리로 변하는 과정에서 삭신으로 와변(訛變:잘못 변함)하였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말이 있다. 색은 존재이고 공은 빔, 즉 무존재라는 뜻이다. ‘색즉시공’은 현실의 물질적 존재는 모두 인연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불변하는 고유의 존재성이 없이 인연이 다하면 존재도 사라지는 것이니 색이 곧 공이라는 뜻이다. ‘공즉시색’은 인연으로 얽히기 이전 만물의 본성인 ‘공(空)’이 인연을 만나면 바로 존재를 드러내는 색(色)이 되는 것이니 공이 바로 색이라는 뜻이다.
만물의 본성인 공이 연속적인 인연에 의하여 임시로 다양한 만물로서 존재한다는 생각을 담은 말이 바로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라는 의미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인 것이다. 우리의 몸도 그런 색의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에서 색신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삭신’으로 와변된 것이다.
후텁지근한 날, 삭신이 쑤시는 것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삭신을 무리하게 사용하여 몸살이 났거나 노화로 인해 변하는 날씨에 따른 기압을 이기지 못할 때 삭신이 쑤신다. 때로는 우울함을 못 이겨 삭신이 쑤시는 경우도 있다. 여름의 초입에서 모두가 삭신이 쑤시는 일 없이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