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하면서 관련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감사가 확대될 경우 시공을 맡았던 건설사들이 다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2일 문 대통령이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洑)부터 상시개방에 착수하고,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공사 이후 담합 등에 대한 처분은 마무리됐지만, 재감사를 거쳐 수사가 확대될 경우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수많은 공사가 일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국내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를 비롯해, 컨소시엄까지 포함할 경우 수백 개의 건설사가 참여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8월 4대강 사업 입찰 관련 부당공동행위 혐의로 1차 적발한 17개 건설사에 과징금 1115억4100만 원을 부과했다. 2014년 11월에는 다시 7개사의 입찰담합 사실이 적발해 152억11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했다.
이어 담합 의혹 건설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일부 대형 건설사 임원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담합 건설사에는 입찰참가 제한, 영업·업무 정지 등의 조치도 내려졌다. 수차례의 제재에 이어 2015년 정부의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건설사가 포함되면서, 사태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다시 조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건설업계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건설사도 있지만, 사실상 선택의 여지없이 동원된 업체들도 있다”면서 “공사가 끝난 지 몇 년 된 상황에서 다시 조사가 시작된다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일단 건설업계는 정부가 4대강 사업 당시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의 정합성을 찾는 데 정책감사의 목적이 있다고 밝힌 만큼,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감사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쉬움이 있는 사업이지만 일단 감사를 지켜보면서 대응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재검토에 착수한 4대강 정비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뉴딜’ 공약 중 핵심 사업으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을 정비해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가뭄을 방지하고 수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입찰과 공사가 서둘러 진행되면서 보 건설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입찰 공구를 사전에 담합했고, 이로 인한 후폭풍도 거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