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밝힌 ‘5대 비리’ 관련자의 고위공직 배제 공약이 초대 내각 구성부터 문재인 정부의 걸림돌로 작용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5대 비리 가운데 일부 관련 의혹이 드러나 야권의 공격 빌미가 되고 있어서다. 여권은 문 대통령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후보자들의 해명에 대한 국민적인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밝힌 고위공직 배제 기준은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가지다.
24일 오전부터 이틀 일정으로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에 임한 이낙연 후보자는 이 가운데 병역 기피,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등 3가지 의혹이 제기돼 있다. 4선 출신 의원인 데다 전남지사를 지낸 공직자 출신으로 상당 부분 검증됐을 것으로 여겨졌던 이 후보자에게서 뜻밖의 의혹들이 나오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선 청와대에서 먼저 맏딸의 위장 전입과 이중 국적 사실을 공개해 예봉이 꺾인 분위기지만, 한국당만은 “스스로 만든 원칙마저 짓밟는 인사”라며 이 후보자와 싸잡아 비난하는 중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뤄진 인사를 보면 한국당의 문제제기는 ‘남에게만 엄격한’ 잣대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5대 비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에게 단골메뉴처럼 제기됐던 의혹인 까닭이다.
참여연대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이 집권한 노무현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공직 후보는 3명인 데 비해 한국당이 집권했던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선 각각 8명, 10명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낙마자는 ‘논문 중복 게재’ 논란에 싸였던 김병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후보 외엔 ‘코드인사’ ‘자질·역량’ 등이 이유가 됐다.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엔 5대 비리 의혹 가운데 2, 3가지 의혹에 또 다른 의혹까지 더해져 낙마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 포함됐던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 전입을 뺀 나머지 4가지 의혹이 모두 제기됐고, 이춘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병역 기피 의혹에 싸여 낙마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의혹을 받다가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도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전관 예우 등의 의혹을 받는 등 초대 각료 후보자 중 5명이 차례로 낙마했다.
각종 의혹에도 불구, 고위공직에 오른 이도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초대 총리는 부동산 투기 및 허위 경력 의혹을, 박근혜 정부의 정홍원 초대 총리는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을 각각 받았지만 둘 다 총리직에 임명됐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은 존중돼야 하지만, 자로 잰 듯 적용할 게 아니라 상황의 타당성을 봐야 한다”며 “국민적인 동의를 구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것이지 자격도 없는 한국당이 논할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