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위맞추려”…세계은행, 인프라정책 자문·‘이방카 펀드’ 설립나서

입력 2017-05-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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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W20)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맨 왼쪽) 크리스티틴 라가르드(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W20)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맨 왼쪽) 크리스티틴 라가르드(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세계은행(WB)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와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은행이 국제경제기구라는 지위를 잊고 트럼프 행정부의 비위 맞추기에 바쁘다는 질책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정책에 대한 자문을 시작했다. 세계은행의 이러한 행보 뒤에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있다. 이번 세계은행의 트럼프 행정부 자문도 이방카와 김용 총재와의 친분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이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은행 전문가는 물론 정부기관 전문가들도 두 사람의 관계에 놀라고 있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세계은행 주요 업무가 세계 경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여성이나 인프라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들의 이례적 행보는 지난달 3일 백악관 회동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방카와 김 총재는 이방카가 주도하고 있는 10억 달러(약 1조1240억원) 규모의 여성 기업인 펀드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은행은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해당 펀드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4월 말에는 이방카가 김 총재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은지 물어봤고, 김 총재는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를 접견했다. 접견 당시 트럼프는 자문단과 인프라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김 총재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회동 직후 세계은행 소속 인프라 관련 전문가팀이 뉴욕에 파견돼 트럼프 자문단과 만났다. 세계은행 대변인은 “격의 없이 해당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인프라 정책에 세계은행이 직접 나선 것이나 여성 기업인 펀드 조성을 서두르는 행보는 김 총재가 트럼프의 자문역을 맡은 이방카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즉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세계은행 운영 기금 삭감을 위협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환심을 사려는 의도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김 총재의 전략은 세계은행 운영과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전임 미국 행정부나 세계은행 이사회는 트럼프의 인프라 정책과 비슷한 프로젝트를 회의적으로 봐왔다. 국제기구인 세계은행이 특정 국가와 유착관계를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타운대학의 조엘 헐먼 학장은 “이것이 만약 미국이 아니라 다른 어떤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매우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계은행 내부에서는 이 펀드를 ‘이방카 펀드’라고 부르는데 직원들은 미국 행정부에서도 펀드 관련 지시가 내려지면서 진행과정이 이상해지는 것은 물론 악화되고 있다고 말한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세계은행 규정상 세계은행이 미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금전적 지원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김 총재의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스콧 모리스 전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김 총재가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영리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총재는 은행 전체가 은행 운영 기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와 관계를 맺게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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