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로 들리는 영어 표현이더라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면 형법상 모욕죄를 일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모(62) 씨가 모욕 혐의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씨는 헌법소원을 내면서 "20살 차이가 나는 상대방이 뒤따라오면서 반말로 계속 시비를 걸고 있었고, 경비원이 보이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존댓말을 쓰는 모습이 어이없다고 생각해 영어로 혼잣말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씨의 진술에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헌재는 "문제가 된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 경멸적 표현인지 여부는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표현을 하게된 경위, 당시 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you are fucking crazy' 표현은 '당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신 정말 말도 안 된다' 정도의 의미"라며 "이 씨가 개인을 모욕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거나 이 표현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가 객관적으로 낮아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민 A(43)씨와 아파트 뒤편 화단에 물을 주는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도중 A씨에게 영어로 "you are fucking crazy"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씨는 이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올해초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