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대형 보험대리점(GA)의 상품 비교·설명 의무제도가 대리점 업계의 예외 적용 요구로 누더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500명 이상 두고 있는 대형 GA는 3개 이상 상품을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비교 설명해야 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제도 시행 전·후 2차례 보험사별 상품구조가 비슷하거나 단기 상품인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등 상품들을 의무 비교·설명에서 제외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구했다. 최근에는 국회입법조사처를 찾아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GA들은 지난해 9월 개정된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보험상품 판매 시 동종 또는 유사 보험상품을 3개 이상을 비교 설명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는 서류(상품 비교·설명 확인서)도 고객에게서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자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설계사 500인 이상의 대형 GA는 52곳이다.
이들 설계사는 상품 설명 시 △보험금·지급사유 △보험기간 △보험료 △보험금 지급하지 않는 사유 △해지환급금 관련 사항 △재계약 관련 사항 △해당 보험상품의 차별화된 특징 등 7개 항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대형 대리점들은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은 상품구조도 단순하고 보험다모아에서 가격 비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비교를 통해 얻는 고객의 실익이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들 상품만은 비교 의무에서 제외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행 초기인 데다, 자동차보험 상품 등도 각종 특약 부가로 상품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무 설명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보험다모아에서 가격 비교되니까 설명 의무에서 제외하자고만 할 것이 아니”라며 “설계사들이 태블릿PC 등으로 보험다모아를 연동·활용해 마일리지나 자녀할인 특약 등을 더 쉽게 비교 설명하면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설계사들이 3개 상품 중 판매 수수료 수입이 높은 상품 하나만 적극 판매하고, 나머지 2개 상품은 형식적으로만 설명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설명 의무에서 제외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시행 2달밖에 안 됐기 때문에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