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이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진행되는 만큼 관련 자금을 마련하는 데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들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 8곳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대자동차(1.8%), 기아자동차(1.7%), 현대글로비스(23.3%), 이노션(2.0%),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위아(2%), 서림개발(100%), 현대오토에버(19.5%) 등이다.
이 중 주목을 받는 곳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들 계열사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현재 유력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는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룹 통합지주사 설립 이후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경우 단번에 지배구조 정점의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또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는 방안도 주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에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외형 확대에 주력해왔다. 보유 지분이 30%에 미치지 않아 법적인 규제를 받지는 않았으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까지 감수했다.
그 결과 2012년 3조 원대에 불과했던 현대글로비스의 자산은 2013년 4조4200억 원, 2014년 5조5400억 원, 2016년 6조5400억 원 등으로 급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모회사인 현대건설과 합병을 단행할 경우 우회상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때 정 부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인 현대오토에버도 어떤 형식으로든 승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015년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현대오토에버의 최대주주는 정 부회장이 됐다.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토에버의 지분율은 19.64%로 비상장사 일감규제 상한인 20%를 밑돌고 있다. 그룹사의 시스템 개발·공급·관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오토에버는 현대글로비스와 마찬가지로 그룹사 일감을 도맡으며 기업 가치를 올리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어느 고리를 끊든 6조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1조2847억 원 규모)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5270억 원 규모)이 승계 자금줄”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그룹은 어떤 지배구조 개편을 선택하든 순환출자 해소 유예기간 3년과 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 4년을 최대한 활용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올려 정 부회장의 자금 여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