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에어백 리콜 파문을 일으킨 일본 자동차 부품 업체 다카타가 결국 84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됐다.
다카타는 26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지방법원에 파산보호에 해당하는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해 법원이 이를 접수했다. 미국에서도 자회사인 TK홀딩스를 통해 파산보호인 ‘챕터 11’을 신청했다.
3월 말 기준 다카타의 부채 총액은 약 3800억 엔이지만 자동차업체들이 대납한 리콜 비용을 더하면 결국 1조 엔(약 10조1932억 원)을 넘어서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 규모 도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다카타와 회사를 몰락케 한 에어백 리콜 사태 전개, 다른 자동차 기업에의 영향 등 향후 전망을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이 정리했다.
◇에어백 리콜 원인이 된 점화점치는?= 점화정치는 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을 순식간에 팽창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카타는 1990년대 말 이 점화정치에 질산암모늄을 사용했다. 당시 다카타는 이 화학물질이 저렴하고 풍부하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질산암모늄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다른 에어백 업체들은 사용하지 않았다. 또 많은 전문가가 고온다습한 환경하에 질산암모늄 점화장치가 갑작스레 크게 터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에어백에 너무 많은 힘을 가해 마치 수류탄처럼 금속 파편이 튀면서 운전자나 승객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문제의 점화정치로 인해 전 세계에서 최소 17명 이상이 사망하고 미국에서만 약 184명이 부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리콜 사태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약 4300만 대가 리콜돼 점화정치를 교환했으며 전 세계적인 리콜 규모는 최종적으로 1억 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타의 파산보호가 리콜에 미칠 영향은?= 미국에서는 현재 다카타의 경쟁사들이 리콜에 쓰인 점화장치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리콜이 70% 이상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다카타도 리콜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파산보호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리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이 다카타 점화장치 조립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리콜은 여전히 많이 남았는가?= 그렇다. 미국만 해도 수백만 개의 점화장치가 오는 2019년까지 리콜될 것이다. 점화장치로 인한 인명피해 위험이 큰 차종이 우선적인 리콜 대상이다. 또 초기 다카타가 제공한 리콜 부품 중 일부는 여전히 같은 결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교체해야 한다.
◇자동차업체 실적에 미칠 영향은?= 이날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다카타 파산보호가 실적에 미칠 영향은 대체로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리콜로 인해 징수하지 않거나 지연 우려가 있는 채권이 5700억 엔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업체 모두 리콜 비용을 대손충당금에 이미 계상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하다고 강조했다.
◇증시에서 다카타의 운명은?= 이날 파산보호 신청에 다카타는 도쿄증시에서 ‘정리 종목’으로 지정된 뒤 거래가 중단됐다. 27일부터 다시 거래가 재개돼 1개월간은 매매할 수 있다. 이어 오는 7월 27일 상장이 폐지된다. 다카타는 27일 주주총회가 열리는데 과거 민사재생법이 적용된 다른 기업처럼 감자를 시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앞으로 다카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 닝보조이슨전자 산하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키세이프티시스템스(KSS)는 리콜 원인이 된 점화장치 이외 다른 다카타 사업을 약 1750억 엔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KSS의 제이슨 루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주 이내 다카타와 인수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3월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인수 범위에서 점화정치를 제외한 것은 리콜을 원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카타 일본 공장 폐쇄와 감원 모두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연구ㆍ개발(R&D) 투자도 계속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아울러 현재 중국 상하이에 있는 KSS 아시아 본부를 도쿄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