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초 600선까지 붕괴될 뻔했던 코스닥지수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수 상승에 힘입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620선에 머물렀던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8일, 5개월여 만에 640포인트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했다. 지난 19일에는 종가 기준 675.44까지 올라가며 70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코스닥지수가 67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0월 11일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2009년 이후 코스닥지수의 최고치는 2015년 7월에 기록한 782포인트다. 물가 하락과 경기 둔화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당시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좋은 환경이 도래됐다. 바이오·제약, 벤처기업 등을 집중 육성하는 정부 정책도 코스닥지수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너도나도 韓 증시 매수… 외국인 수급 확대 = 코스닥지수 상승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분석에서는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이 지수보다 선행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수급 현황이 중요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2394억 원(이하 23일 기준)에 달한다. 외국인 수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지난 5월에는 531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13년 만에 최대치이자 역대 3위 규모다.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보유한 시가총액도 24조7730억 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에는 25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의 코스닥 보유 비중은 11.36%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주식보유 비율도 6.3%를 넘어서며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인의 추세적 매도 전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하나의 걸림돌이다. 또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카카오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일시 감소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 2006년 당시 외국인 이탈 시점과 다르게 기업 이익과 밸류에이션이 모두 글로벌 증시에 비해 우월한 상황”이라며 “단순 금리차 논리만으로 외국인 이탈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내다봤다.
◇증가하는 상장사 실적… 코스닥 내실 다진다 = 코스닥 상장사들의 양호한 실적도 지수 우상향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전체 상장기업의 1분기 실적 변화를 볼 때 이익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코스닥지수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736개 사의 합산 매출액은 37조5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조1378억 원으로 20.80% 늘었다. 시총 1조 원 이상 기업이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총 1조 원 이상 상장사 수는 24곳으로 2010년 9곳의 2.67배에 달한다. 1조 원 이상 기업이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5.2%에서 올해 24.8%로 지속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기술(IT), 통신기술(CT), 바이오기술(BT)에서 크게 늘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시즌을 앞둔 일시적 소강 상태에서 중소형주 및 코스닥의 영업이익 개선은 또 하나의 선택권을 제공해준다”면서 “코스피 대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소형주 및 코스닥 종목의 영업이익 개선 시그널은 중소형주의 ‘플러스알파’ 전략으로 대응할 근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3∼14년과 같은 중소형주 장세를 낙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중소형주의 투자 매력이 크게 개선된 것은 대형주에 대한 기대수익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 부장은 “현재 코스닥시장의 전체 기업이익 변화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활동이 강화되는 분야와 접점을 같이하는 개별기업에 한정된 관심이 필요하다. 하반기 종목장세는 시총으로 구분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