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부터 5년, 소송 시작 3년 만의 결실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단체소송'에서 첫 승소를 이끌어낸 곽상언(46·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를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인강 사무실에서 만났다.
곽 변호사는 "우리는 40년 동안 누진제 정당성에 대해 세뇌교육 받아왔다"며 "의심하기 시작하면 터무니 없다고 하고, 의심하는게 불온하다고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지금 정상소비를 하고 있는지, 과소비를 하는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소비는 악으로 여겨졌다"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는 한 때 몸이 아파 집에서 휴식을 취했던 기간이 있었다. 당시 에어컨 때문에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의심을 품었다. 가정용 전력에만 누진제가 적용되는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곽 변호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패소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생각이 들면 시작할 수 없는 소송이기도 했다.
곽 변호사는 6패 후 1승까지 견디는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첫 사건에서 패소하자, 다른 법원에서도 줄줄이 패소가 이어졌다. 그는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전기요금 원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인데,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이 자료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가 보기에는 원가자료가 이 사건의 핵심도 아니었다.
최초로 이긴 인천지법 사건에서 새로운 필승전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당사자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됐으니 지금까지 소송을 위해 준비했던 자료를 모두 가져오고, 충분히 변론을 하라'는 재판장의 당부에 기대감이 생겼다고 한다. 절차적인 만족감이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천지법 사건이 가장 빨리 진행됐고, 승소의 기쁨도 함께 찾아왔다. 곽 변호사는 전국 9개 법원에서 심리하는 12건의 단체소송 준비와 변론을 모두 맡고 있다.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이번 소송에서 최대 많은 금액을 받아가는 참가자는 사용량 6개월 기준 450만 원을 받아간다. 청구기간을 10년으로 확장하면 한전으로부터 되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난다. 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전기요금 누진제 사건이 마무리되면 곽 변호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또 찾아나설 계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도 승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 변호사는 "소송을 준비하던 지난해 11월 당시에는 광화문 촛불집회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며 "제 1차 목표는 소송을 통해 국민도 이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