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대북사업 ‘기지개’...'정몽헌 北추도식' 준비

입력 2017-07-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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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발점은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북한 금강산 추모행사가 될 전망이다. 현대그룹 측은 이번 추모행사를 시작으로 9년째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작년에 폐쇄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행보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측은 다음달 4일 정 전 회장의 14주기 추모행사를 북한에서 개최하기 위해 이달 중에 통일부에 대북 민간접촉 및 방북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현대는 지난 2003년 8월 정 전 회장의 별세 이후 매년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 편에 있는 추모비 앞에서 추모행사를 열었으나 지난해에는 북한 핵실험 도발 등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음 달 추모행사를 위한 방북을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에 앞서 북측과의 조율을 위한 민간접촉 승인을 통일부로부터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간 차원의 대북접촉 신청이 모두 수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촉 승인 등의 과정은 무난히 통과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방북 승인의 경우 8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론, 유엔의 대북 제재 분위기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 정부에서 대북접촉을 승인받은 민간업체들의 방북을 북한이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다만 현대그룹이 그간 대북경협 사업 등을 통해 사실상 북한과의 경제 교류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북측이 이번 현대그룹의 방북을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북측이 현대와의 사전 접촉에서 방북을 수용하고, 우리 정부도 방북을 승인할 경우 현정은 회장이 직접 금강산을 찾아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이 자리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 의견 조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이미 관광 재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갖추고, 현지 인력 수급과 시설 정비, 차량 조달 등 구체적 계획 수립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금강산관광사업 중단에 이어 개발·사업권자로 참여하던 개성공단마저 지난해 2월 가동이 중단되면서 현대그룹의 손실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만큼 현대그룹이 대북사업 재개와 관련해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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