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비자 공략 위해 맵기 조절·취식 방식 등 현지화 공들여
‘한국의 장(醬) 담그기’가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식품업계가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고추장, 된장 등 전통 K소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져 해외 수출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유네스코무형유산보호협약정부간위원회(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면서 장 담그기 문화가 공동체 문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발효나 숙성 방식, 용도 등에 따라 다양한 장이 있는데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즉각 기대감을 표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우리 전통 장류가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장류와 소스의 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추장·된장 등 전통 장류 포함 K소스류 수출액은 3억84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 꾸준한 증가세다. K소스류 최다 수출국은 미국이며 중국과 일본 순으로 분석됐다.
업계는 이번 등재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K소스류가 더 각광받을 것이란 기대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한식 장류와 고기양념장을 ‘비비고’ 브랜드로 해외 약 60개 국에 판매 중이다. 고추장, 된장, 쌈장부터 불고기 소스, 튜브형태의 고추장 핫소스까지 다양하다. 이들 제품의 올해 10월까지 누적 해외 매출은 작년보다 10% 증가해, 이번 유네스코 등재를 기점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K소스류의 ‘현지화’ 전략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고추장의 경우, 외국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매운맛 강도를 조절했다. 디핑 소스나 드리즐에 익숙한 미국 식문화를 반영해 튜브형 고추장, K바비큐 드리즐 등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 중인 고기양념장은 한국식 맛은 유지하되 중국인이 선호하는 쯔란, 흑후추 등을 첨가했으며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고기를 재는 용도가 아닌 볶음용 소스로 선보였다. 일본에선 일본인 최애 한식 메뉴인 닭갈비 양념을 선보인 한편 야키니쿠 식문화에 맞춰 바르는 소스로 판매 중이다.
대상은 ‘순창’과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통해 장류 제품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139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오푸드 장류 수출도 지속 증가해 2019년 대비 약 69% 신장했다.
특히 '글로벌 전용 장류'는 대상의 전통 장류발효기술을 바탕으로 다년 간 연구해 현지인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했다. 걸쭉한 제형의 고추장, 쌈장을 스푼으로 떠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 식문화에 맞춰 용도·제형을 변형해 출시했다. 프리미엄 라인인 '글루텐 프리(gluten-free) 고추장·쌈장'은 일반 장류보다 묽은 형태이며 냄새가 약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샐러드 등에 뿌리거나 찍어 먹는 드레싱과 디핑소스 제품도 있다. 고추장수요가 특히 높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할랄(Halal) 인증'도 획득했다.
대상 관계자는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 장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마케팅과 수출 국가를 확대하고 주요 채널 입점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샘표는 고추장, 간장 등 장류 제품을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 대표 상품은 우리 전통 고추장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구현한 ‘샘표 유기농 고추장’이다. 고추장의 감칠맛은 더 높이고 짠맛은 낮췄고 매운맛을 부드럽게 조절했다.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유기농, 글루텐 프리로 만들었다. 샘표 고추장의 해외 매출은 연 평균 2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샘표 역시 각 지역별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유럽에선 세계적인 천재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가 설립한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Alicia)'와 장류 활용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와 현지 식재료 등을 활용한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공통 선호도, 국가별 다양성 등을 고려해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