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려면 남성의 가사 분담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와 한국노동패널조사를 활용한 ‘자녀를 둔 부모의 고용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16.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OECD 국가 남성 가사 분담률 평균 33.6%의 절반도 안되는 수치다.
남성 가사분담률이 높은 곳은 노르웨이(43.4%), 덴마크(43.4%), 스웨덴(42.7%)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17.1%), 포르투갈(22.7%), 멕시코(23.2%) 등이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은 통계가 잡힌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하루 평균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1시간 미만으로, 45분에 불과했다. OECD 평균 남성 가사노동시간은 138분이었다. 반면 한국 여성은 하루 평균 남성의 5배가 넘는 227분을 가사노동에 할애했다.
한국에서 자녀(0~14세)를 둔 부모 중 맞벌이 비중은 29.4%로 OECD 평균 58.5%의 절반에 그쳤다. 고용부는 남성의 가사분담률이 낮은 것과 맞벌이 비중이 낮은 것은 관련이 있다고 봤다. 맞벌이 부부에게 가사 노동은 공통 과제지만, 여전히 여성의 몫이 훨씬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기혼여성의 재량시간 활용과 시간관리 실태연구’ 보고서를 보면, 맞벌이 부부 중 아내가 가사노동에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27분으로, 남편(58분)보다 3.6배 많았다. 식사준비를 비롯해 청소, 주거관리 등 가사관리에 아내는 2시간21분을, 남편은 19분을 사용해 무려 7.3배나 차이가 났다.
주말이나 퇴근 후 여가를 누리는 시간도 남편이 하루 평균 4시간2분, 아내가 3시간13분으로 남편이 49분 많았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방해하는 것은 남성의 낮은 가사 분담과 장시간 근로, 두 가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실장은 “남성들은 가사를 돕는 조력자가 아닌 공동의 참여자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일 중심적인 장시간 근로형태의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근로자 비중은 23.1%로 OECD 평균 13%보다 10.1%포인트나 높았다. 근로자 5명 중 1명은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김경선 고용부 청년여성정책관은 “일하는 엄마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아빠의 적극적인 가사 참여와 더불어 장시간의 경직적인 근로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