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저하’ 공정위…"3대 조직정비 시급하다"

입력 2017-07-04 16:58 수정 2017-07-0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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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떠드는 종이호랑이’…더 이상 안돼

▲공정거래위원회(사진=이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사진=이투데이)
#. 4년 전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이 터졌다. 대리점주를 향한 폭언 등 제품을 강매하는 남양유업 ‘갑질’ 파문은 124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벌이 내려진 공정분야 사건이다. ‘갑의 횡포’ 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평가받는 듯 했지만 3년 후 법원 판결은 달랐다. 증거 불충분으로 재산정된 과징금은 25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 2000년 초 농심 등 국내라면 제조사들이 약 6차례에 걸쳐 라면가격을 올리는 등 가격 정보를 교환한 담합 혐의가 덜미를 잡혔다. 당시 한숨만 내뱉던 서민들의 물가 오름세에 라면가격 담합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일부에선 라면 불매 운동까지 벌이는 등 1300억대의 과징금 처벌은 일벌백계로 비춰졌다. 하지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소송비용과 109억의 과징금 이자까지 돌려주는 등 국민혈세로 토해냈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와 정치권 등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환급 규모가 너무 크다”며 전문성을 높여야한다는 취지에 공감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호(號)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지만 인력과 조직 정비는 여전히 큰 과제가 되고 있다. ‘말로만 떠드는 종이호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3대 조직정비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실은 과잉·과소 법집행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제분석 전담팀 내 외부인원을 모집한다. 이들은 행정고시출신이 아닌 경제분석 전문가로 4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문제는 전문 인력을 확충한다고 해도 고도의 경제분석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국가에서는 경제분석 전담조직이 ’국’단위 수준을 자랑한다. 미국 FTC의 박사급인원은 77명 규모로 EU 등을 포함해 정원대비 3~7%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경제분석의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경쟁정책국 내 시장구조개선정책관실을 별도 ‘국’로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성국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살인·강도와 같은 형법상 범죄와 달리 공정거래법의 경우 드러나는 것 자체로 나쁘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경제분석”이라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도 “경제분야에서 시장경쟁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공정위에 경제 전문가의 분석 전담과가 작은 규모로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고도의 경제분석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규모를 확대하고 수준도 높여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기업 소송에 대응하는 심판관리관실 소속 송무담당관실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공정위가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일부패소로 돌려준 과징금은 15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환급액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공정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송무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관철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집중감시를 펼칠 수 있는 조사 전담조직이다. 그러나 부정당기업을 잡는 조사업무도 경제분석 전담조직과 송무담당조직이 뒷받침돼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게 공정거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정위 출신 외부 전문가는 “기업을 잡고도 거액의 과징금을 토해내는 일이 왜 그런지 원인을 잘 살피면 답은 나온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3대 조직 정비가 관건”이라며 “김상조 위원장이 조직 문제를 잘 파악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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